얼마 전까지 택시 잡기가 힘들어 ‘대란’이라고 부를 지경이었다. 하지만 최근 길거리에 빈 택시가 많이 눈에 띈다. 지난 1일 서울 중형택시 기본요금을 1,000원 인상한 충격 때문이다. 공공요금 인상이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지난 1월 물가는 전월보다 0.8% 높아졌는데, 이는 4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이다. 전기·상수도 요금 인상과 난방비 급증이 주요인으로 공공요금 상승이 물가 불안을 주도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이달 서울 택시요금에 이어 3월 경기도 택시요금, 4월 서울 지하철·버스 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이 4월까지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6.3%까지 치솟았던 물가가 올해 들어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했지만, 공공요금 인상 탓에 1월에 이어 2월도 5%대를 기록할 것이 확실하다.
공급 측면에서 물가 상승이 경기 침체와 맞물리면서 국민과 기업 형편을 더욱 어렵게 하고, 소비의 급격한 위축을 불러 침체 속도를 더욱 빠르게 하는 악순환이 시작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금리 인상을 통한 물가 안정 효과가 올해 상반기 나타나고, 국제 에너지 가격도 안정되면 물가 상승률이 상반기 4%, 하반기엔 3%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바탕으로 하반기부터 경제 운용을 긴축에서 부양으로 전환해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금 물가 추세라면 부양책 전환 시기가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 경기 침체 고통도 그만큼 길어진다.
공공요금에는 원가 변화가 제때 반영돼야 미래 부담을 덜 수 있다. 최근 공공요금 인상은 지난 정부가 제때 올리지 않은 탓이 적지 않다. 하지만 물가 불안과 경기 침체가 맞물려 스태그플레이션 위기가 코앞인데, 원칙대로 공공요금을 올리는 것은 스스로 발등을 찍는 행위이다. 물가가 3%대로 안정될 때까지 공공요금 인상 시기를 조정하는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