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 줄었는데 왜?” 관공서까지 ‘임시보호’ 나선다는 지자체

입력
2023.02.11 09:00
보호소 신축은 1년째 교착상태.. 고성군의 새로운 유기견 대책

지난해 1월, 동그람이는 안타까운 사고가 이어지던 경남 고성군 동물보호소를 찾았습니다. 당시 이곳의 상황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습니다. 임시로 마련한 보호소는 포화 상태였고, 개체 수가 많다 보니 개들끼리 다툼도 발생해 서로 물어 죽이는 사고도 이어졌습니다. 보호소 신축 계획은 지역 주민들과 정치권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었습니다.

약 1년이 흐른 지난 9일, 고성군은 보도자료를 통해 유기동물 입양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고성군내 본청, 군의회, 직속기관 등 관공서가 보호소의 동물들을 임시보호하면서 시민들에게 입양을 주선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상근 고성군수는 지난 6일 간부회의에서 “유기동물 입양은 모두가 함께 해야 할 과제”라며 이 같은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고성군 축산과는 동그람이와의 통화에서 “현재 군수님 발언을 바탕으로 읍·면사무소를 비롯해 관공서와 대화하는 중”이라며 “20개소에서 2마리씩 임시보호를 맡아주면 40마리 정도를 돌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대책은 보호소의 포화 상태가 지속되면서 세운 ‘궁여지책’인 걸까요? 1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지난해 보도 이후, 고성군은 보호소 관리 및 유기동물 문제 해결을 위한 민관 협력을 지속해왔습니다. 고성군에서 동물보호 동호회를 이끌고 있는 천진성 씨는 동그람이에 “보호소 밖에 유기견들을 데리고 나가 공개 입양 행사를 지난해에만 10회 개최하며 입양 홍보를 진행했다”며 “행사 현장에서는 12마리 정도 입양에 그쳤지만, 행사에서 점찍어 둔 강아지를 입양하기 위해 추후 고성군에 문의 전화를 하신 분들이 많았다”고 전했습니다.

입양 행사뿐 아니라, 유기동물 발생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지속됐습니다. 고성군은 관내에 마당개 중성화 사업을 통해 마당개와 떠돌이 개가 교배해 태어나는 강아지의 수를 줄이고자 했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1,400마리 마당개의 중성화 수술을 실시한 결과 실제로 구조하는 유기동물 개체 수는 줄었습니다. 동물보호관리시스템(Animal Protection Management System·APMS)에 공고된 통계를 보면 2021년 고성군에서 발생한 유기동물은 모두 605건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발생한 유기동물은 378마리로 전년대비 227마리 감소했습니다. 고성군 관계자는 “중성화 수술 사업이 효과를 보고 있는 듯하다”며 “올해도 1,000마리 가량 중성화 수술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 현재 고성군 보호소에서 보호 중인 개체는 약 100마리입니다. 지난해 동그람이가 보호소를 찾았을 때보다 60마리 정도 줄어든 겁니다. 그런데도 왜 고성군은 기관에 임시보호를 맡기려 하는 걸까요?

우선 보호소 신축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이유가 큽니다. 현재 고성군 동물보호소는 농업기술센터 창고를 개조해 임시로 사용 중입니다. 철장을 여러 개 쌓아 올려서 동물들을 보호하고 있었던 만큼 여전히 개체 수는 면적 대비 많은 편입니다. 천씨는 “축산과 담당 직원들이 정성을 다해 돌보고 있지만 여전히 열악한 시설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보호소 부지 후보로 유력하게 언급되던 고성군 농업기술센터 앞마당은 결국 반대 끝에 무산됐습니다. 대체 부지로 상하수도사업소 자리를 낙점했지만, 이번에도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심하다고 합니다. 천씨는 “지역주민들 사이에서 상하수도사업소는 ‘혐오 시설’로 인식되고 있다”며 “그런데 보호소에 대해서도 인식이 좋지 않다 보니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왜 우리 동네에만 혐오 시설이 계속 들어오느냐’며 반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고성군 관계자는 보호소 신축과 관련해 "현재 부지로 선정한 지역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다"며 "연내에 긍정적인 결과를 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대책을 궁여지책이라고만 여기기는 어렵습니다. 고성군 관계자는 “읍면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 상당수가 유기동물의 존재를 아직 잘 모른다”며 “관공서를 방문하는 시민들이 동물을 보고 입양을 희망하는 사람들도 나올 수 있지 않겠느냐”며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이 관계자는 “보호소에 있는 것보다는 관공서에서 기관장이 책임지고 돌보면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고, 보호소 역시 개체 수가 줄어들어 동물들의 복지도 더 나아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보호소 신축이 지지부진한 와중에도 최선을 다해 유기동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고성군의 노력이 결실을 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8leonardo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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