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사업 비리 의혹으로 13일 만에 두 번째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미진했던 1차 조사를 보강해 마무리할 계획을 세웠지만, 이 대표는 이번에도 서면진술서로 답변을 갈음하는 '진술 거부' 전략을 폈다. 양 측의 신경전 끝에 '맹탕 조사'가 반복된 셈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3부(부장 엄희준·강백신)는 10일 오전 11시 30분쯤부터 오후 9시까지 이 대표를 신문했다. 이 대표는 이번에도 심야조사 동의 없이 조서를 열람한 뒤 밤 10시 37분쯤 검찰청 밖으로 나왔다.
조사가 진행된 서울중앙지검 6층 영상녹화실에선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검찰은 배임과 공직자이해충돌방지법(옛 부패방지법) 위반 등 혐의와 관련해 A4용지 200쪽이 넘는 방대한 질문으로 이 대표를 추궁했다. 반부패수사1부 정일권 부부장과 반부패수사3부 남대주 부부장이 신문했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첫 조사 때 이 대표가 제출한 A4용지 33쪽 분량의 서면 진술서를 분석한 뒤 수사된 내용과 사실관계의 결이 다른 부분과 소명이 미흡하다고 보는 부분 위주로 질문했다. 이 대표는 이날도 "서면진술서에 내용이 다 담겨 있다"며 검찰 측 질문에 최대한 말을 아꼈다.
이 대표 측은 "모욕주기식 수사"라며 조사 과정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 브리핑에서 "검찰은 실체적 진실을 찾기보단 시간을 지연시키기 위한 질의로 일관했다"고 밝혔다. 극히 지엽적인 질문과 반복되는 질문, 대장동 일당과의 친밀도를 묻는 등 사업과 무관한 질문도 했다고 했다. 박 대변인은 "조사를 빙자해 가학성 조사로 진실 파악이 아닌 정적 괴롭히기임을 누구나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대표 측 주장을 반박했다. 검찰 관계자는 "실체 파악을 위한 조사가 아니란 주장은 수사팀에 대한 모욕"이라며 "오히려 이 대표가 통상적인 신문 사항에 갖가지 이의제기로 조사가 지연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검사 질문에 짜증 섞인 반응도 드러냈다고 한다.
검찰은 이 대표가 대장동 사업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지분 50%+1주를 보유한 대주주임에도 1,822억 원의 확정이익만 확보하고 지분 7%에 불과한 민간사업자들에 7,886억 원의 부당 이득을 몰아준 배임 혐의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가 변동을 감안한 안정성을 고려한 조치였으며 '성공적인 공공환수 사업'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성남시 등의 내부 비밀을 민간사업자에 유출해 특혜를 줬다는 검찰 인식에는 "비밀 유출 사실 자체를 몰랐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은 이 대표가 특혜 제공 대가로 '대장동 일당'의 배당수익 중 428억 원을 제공받기로 약정했다는 의혹과 이 대표 최측근(정진상·김용)의 금품수수 과정에 관여했는지도 조사했다. 이 대표는 "그런 사실을 전혀 몰라 서면진술서에도 적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검찰 조사를 마친 뒤 "왜 다시 불렀나 의심이 될 정도"라며 "대장동 관련자의 번복된 진술 말고 새로운 증거가 없었다. 특정 정치 세력을 위한 사적 보복 사용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검찰은 대장동·위례 사업이 10여 년에 걸쳐 진행돼 조사 분량이 방대한 만큼 추가 소환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지만, 조사의 실익이 없을 것으로 보고 이날을 끝으로 이 대표 조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다만 이 대표가 연루된 백현동· 정자동 개발 특혜 의혹까지 검찰이 살펴보고 있어 추가 소환 가능성은 열려 있다. 검찰은 앞서 조사한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묶어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