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에 육박하던 정기예금 금리가 기준금리(3.5%)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은행 정기예금 잔액이 두 달 연속 줄었다. 반면 펀드 등 투자자금에는 한 달 새 51조 원이 몰렸다.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9,000억 원 감소한 943조4,000억 원이었다. 지난해 12월, 9개월 만에 감소 전환(-15조1,000억 원)한 이후 2개월 연속 감소세다. 한은은 "예금금리가 하락한 영향으로 소폭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12월 초만 해도 5%에 가깝던 예금금리는 지난달 3%대에 진입하더니 현재 기준금리 수준에 도달했다. 당국의 '자금조달 경쟁 자제령'에 이어, 금리 인하 전망을 반영해 시장금리가 빠르게 하락한 결과다. 이날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3.34~3.6%(1년 만기 기준)로 나타났다.
여기에 수시입출식예금에서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은 돈(-59조5,000억 원)이 빠져 나가며, 지난달 은행 수신 잔액은 45조4,000억 원 감소한 2,198조 원을 기록했다. 윤옥자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이자가 거의 안 붙는 수시입출식 예금이라 해도 일정 부분 금리를 주기 때문에 법인을 중심으로 자금을 조달한다"며 "가계대출이 전반적으로 줄어들면서 은행들도 자금을 조달할 유인이 약화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달 가계대출(1,053조4,000억 원)은 4조6,000억 원 감소했다. 2004년 1월 통계 작성 이후 19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예금과 달리 대출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등 비교적 상환이 쉬운 기타대출 잔액이 역대 두 번째 규모(-4조6,000억 원)로 축소됐기 때문이다. 이날 5대 은행의 신용대출금리는 5.138~6.49%다. 전세시장 둔화에 전세자금대출 감소폭이 4,000억 원에서 1조8,000억 원으로 확대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반면 자산운용사의 수신 규모는 881조5,000억 원으로 늘어났다. 고객의 돈을 모아 금리가 높은 단기상품에 투자하는 머니마켓펀드(MMF)의 증가폭이 39조 원으로 컸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보고 은행의 재예치 자금, 국고 여유자금 등 법인자금이 몰렸다는 설명이다. 그 밖에 채권형 펀드 자금은 2조 원 늘었고, 주식형 펀드는 증가 전환하는 등 전반적인 투자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