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본경선 진출자를 가리기 위한 책임당원 대상 여론조사가 시작된 8일 양강 구도를 형성한 김기현·안철수 후보가 '진짜 당심' 공략에 나섰다. 같은 날 1·2위가 엇갈린 일반 여론조사 결과가 공개되는 등 지지율이 혼전을 거듭하는 상황이라 양 진영 모두 실제 투표에 참여하는 책임당원들의 지지를 최대치로 끌어내겠다는 구상이다.
국민의힘은 이날부터 9일까지 책임당원 6,000명을 대상으로 예비경선(컷오프) 여론조사를 실시해 10일 본경선 진출자를 발표한다. 당 전대 선관위는 여론조사 순위와 구체적인 수치는 비공개가 원칙이라는 점을 고려해 컷오프 통과자만 가나다순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컷오프 통과가 확정적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김 후보와 안 후보의 목표는 '1위 통과'다. 대통령실과 친윤석열계의 '윤심' 폭격 이후 당심 향방이 주목되는 상황에서 선두로 컷오프를 통과해야 '대세론' 형성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윤석열 후보가 1위로 컷오프를 통과했다는 보도 이후 대세론에 쐐기를 박았다는 평이 나왔다.
이에 김 후보와 안 후보는 나란히 '당심 잡기'에 몰두했다. 김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자유기업원에서 열린 시민사회연석회의와 이북5도위원회를 방문하고,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개최된 국민의힘 책임당원협의회 출범식에 참석했다. 자신의 강점인 조직력을 통해 '정통보수' 후보라는 정체성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책임당원협의회 출범식에서 당원들을 향해 "무엇보다 우리 당이 어려운 시기에도 당을 지킨 든든한 주인공들"이라며 "당대표가 되면 협의회 위상을 높이는 것은 물론, 해결해야 할 심부름을 잘 챙기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경기 평택과 안성 등 수도권 지역 당원간담회에 참석했다. 조직력보다 인지도에서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총선 승리를 위한 수도권 경쟁력을 내세우겠다는 의도다. 대통령실과 친윤계의 집중공세에 몸을 낮추고 있는 상황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이 자리에서 "당대표가 되면 수도권 70석을 포함해 170석 이상을 반드시 만들 수 있다"며 "수도권 민심을 제대로 알고 여러 번 선거를 치러 그 특성을 알고 있는 사람이 사령관이 돼 지휘를 하는 게 중요한 승리 요인"이라고 말했다.
두 후보의 치열한 경합은 이날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리얼미터(미디어트리뷴 의뢰, 6, 7일 조사)가 국민의힘 지지층에게 당대표 지지 여부를 물은 결과, 김 후보라는 응답이 45.3%로 안 후보(30.4%)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지난 2일 같은 기관이 발표한 조사와 비교해 김 후보는 9.3%포인트 상승했고, 안 후보는 12.9%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넥스트리서치(SBS 의뢰, 2월 6, 7일 조사)가 조사한 국민의힘 지지층 대상 당대표 지지도에서는 안 후보가 32.9%로 김 후보(25.6%)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지난 5일 안 후보에 대한 대통령실의 공개적인 불쾌감 표출과 전날 김 후보에 대한 나경원 전 의원의 지지가 각 후보 지지층의 결집을 유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빙의 상황이라 양측 모두 승부처는 책임당원들이 대거 분포한 대구·경북(TK) 지역의 당심에 있다고 보고 있다. 이날 공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 김 후보를 지지한 TK 지역 국민의힘 지지층은 37.2%로 안 후보(40.1%)에 비해 다소 낮았다. 안 후보의 지지도(43.4%)가 김 후보(36.0%)에 비해 앞섰던 지난 2일 조사에서도 TK 지역 국민의힘 지지자 42.8%는 안 후보를 선택했다. 당시 김 후보 지지도는 40.3%였다. 국민의힘 핵심 지지층이 '윤심' 후보로 꼽히는 김 후보에게 완전히 마음을 내주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김 후보 측은 최근 나 전 의원의 지지로 보수 선명성을 더한 만큼 컷오프 여론조사에서는 책임당원들의 지지가 쏠릴 것이라고 전망한다. 김 후보 캠프 윤희석 공보총괄본부장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나 전 의원과 만난) 어제를 기점으로 당을 쭉 지켜온 정통보수 후보와 갓 입당했지만 이념의 폭이 넓은 후보 두 분 간의 대결로 확실하게 전선이 생겼다"며 "당원들이 확신을 갖고 (김 후보를) 당대표로 선택할 수 있게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안 후보 측은 대통령실과 친윤계의 '찍어내기'에 대한 반발표가 결집할 것으로 본다. 안 후보 캠프 관계자는 "나 전 의원과 나 전 의원을 지지하는 당원들의 행보가 일치하지 않을 것"이라며 "당원들 사이에서 최근 벌어진 친윤계의 강압적 행태에 대한 분노가 감지된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