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고양 캐롯이 창단 1년 만에 존폐의 기로에 섰다. 운영사인 데이원스포츠(데이원)가 모기업의 경영난을 이유로 농구단 매각 절차를 밟으면서다. 이에 따라 올 시즌 프로농구 플레이오프가 정상적으로 치러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데이원 측은 8일 국내기업 한 곳과 농구단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데이원 관계자는 “모기업(대우조선해양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농구단 지원에 어려움이 발생해 지난해 말부터 인수협상에 나서게 됐다”고 전했다.
데이원은 2021~22시즌 종료 후 고양 오리온을 인수해 신생팀 고양 캐롯을 창단했다. ‘농구 대통령’ 허재를 대표이사로 내세워 농구계 안팎의 관심을 불러 모았고,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처럼 캐롯손해보험과 4년간 네이밍 스폰서도 유치했다.
그러나 데이원과 고양 캐롯은 시즌 시작 전부터 자금 문제로 삐걱댔다. 지난해 6월 한국농구연맹(KBL)의 신규 회원사 가입 심사 당시에는 부실한 자료를 제출해 KBL과 타 구단에 재정안정성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지 못했고, 결국 데이원의 가입승인이 한 차례 보류되기도 했다.
가까스로 가입승인을 받았지만 데이원의 자금조달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징후는 여러 차례 나타났다. 우선 KBL 가입비 격인 특별회비 15억 원 중 5억 원을 지난해 10월 7일까지 우선 납부하기로 하고도 기한을 지키지 못했다. 데이원은 정규리그 개막(지난해 10월 15일)이 임박한 지난해 10월 12일에야 이를 완납했다.
또 시즌 중에는 선수단 및 사무국 임금마저 제때 지급하지 못했다. 데이원은 매달 5일이 임금 지급일인데 지난달에는 이를 10일로 미뤘고, 이달에도 10일에야 임금을 주겠다고 약속하는 등 불안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데이원이 다음 달 31일까지 내야 하는 특별회비 잔여금(10억 원)을 납부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고양은 현재 리그 5위(20승 19패)에 올라 있는데, 만약 특별회비를 완납하지 않으면 리그에 참여할 수 없게 돼 6강 안에 들고도 플레이오프 경기를 못 치르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KBL 관계자는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내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특별회비가) 납부되지 않을 경우 고양의 플레이오프 배제, 차순위 팀 플레이오프 진출 등 모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데이원 측 관계자는 “이번 시즌까지는 농구단을 운영하는 만큼, 모기업이 책임지고 특별회비를 기한 내에 납입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