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체사진 보내면 돈 빌려줄게”… 사채ㆍ코인 민생침해 금융범죄 4600명 검거

입력
2023.02.08 12:00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2022년 단속 성과 발표
"경기침체 시 범죄 기승" 올해 또한 집중 단속

“나체 사진 찍어 보내세요.”

생활비가 부족했던 A씨는 인터넷 대출 광고를 보고 대부업체 B사에 연락했다가 황당한 요구를 받았다. 저신용 고객이라 돈 떼일 위험이 있으니 담보가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급전이 급했던 A씨는 울며 겨자먹기로 사진을 보내고 나서야 30만 원을 빌릴 수 있었다. 3주 뒤 A씨는 이자까지 포함해 100만 원을 갚았지만, 업체 측은 “원금 30만 원을 별도로 갚지 않으면 사진을 인터넷에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미등록 대부업체였던 B사는 이런 수법으로 3,500명에게 연 4,000%가 넘는 고리 이자를 뜯어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8일 “불법사금융ㆍ유사수신ㆍ불법다단계 등 서민ㆍ소상공인의 경제 상황을 어렵게 만드는 ‘민생침해 금융범죄’를 지난해 집중 단속해 4,690명을 검거하고 이중 118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범죄 유형별로는 불법사금융 검거건수가 1,177건으로 전체의 60%를 차지했다. 불법사금융은 미등록 대부업이나, 법정 최고 이자율(연 20%)을 초과하는 계약, 협박ㆍ폭행 등 불법 채권추심 등을 뜻한다.

유사수신ㆍ불법 다단계가 626건(31.9%)으로 뒤를 이었다. “공과금 결제에 쓸 수 있는 코인에 투자하면 원금과 4% 이자를 보장해주겠다”고 속여, 112명으로부터 277억 원을 끌어 모은 뒤 잠적한 일당 10명이 검거되기도 했다.

다만 가상자산 불법행위 피해액은 2021년 3조1,282억 원에서 지난해 1조192억 원으로 67% 급감했다. 가상자산 가격 하락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 경찰의 집중 단속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 관계자는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질수록 생활자금을 노리는 각종 금융범죄가 조직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올해도 집중단속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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