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돌아와 '1년차 K리그 스타'로 자리매김 한 이승우(25·수원FC)가 성급한 해외진출보다는 국내 무대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하는데 더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올 시즌 팀에 합류한 주장 윤빛가람(32)과의 호흡에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승우는 7일 제주 서귀포 빠레브호텔에서 열린 2023 K리그 동계 전지훈련 미디어 캠프 기자회견에서 '유럽행 무산'에 대해 "항상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것이 K리그에 올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라며 "만약 (해외로) 나가야 한다면 좋은 모습 보여야 한다. K리그에서 배우고 발전하면서 좋은 선수로 성장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이어 "벨기에에서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두 번이든 세 번이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지만, 더 신중해야 한다는 생각은 깊어졌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승우는 2019년부터 엘라스 베로나(이탈리아), 신트트라위던(벨기에), 포르티모넨스(포르투갈) 등을 거쳤지만 이렇다 할 성적을 남기지 못한 채 2021년 12월 국내 리그(수원FC)로 복귀했다. '유럽 무대에서 실패했기 때문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그러나 지난 시즌 K리그 35경기에서 14골을 몰아 넣으며 득점왕 조규성(17골·전북)에 못지않는 득점력을 과시했다. 여기에 특유의 재치 있는 골 세리머니로 볼거리까지 제공하며 수원FC 팬층을 더욱 두텁게 만들었다.
K리그에서의 성과는 유럽 클럽들의 눈길을 받기에 충분했다. 최근 덴마크의 오덴세가 적극적으로 구애했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고, 그리스와 튀르키예 구단에서도 이승우에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이승우는 팀에 남기로 결정했고, 부주장까지 맡았다. 당장 이적하진 않겠다는 제스처로 읽히는 대목이다. 김도균 감독도 "이승우는 다시 한번 유럽의 좋은 리그로 가고 싶다는 열망이 굉장히 크다. 하지만 지금은 해외 진출 적기가 아니라고 말해줬다"면서 "체력적인 부분, 수비 가담 등을 보완하지 않으면 똑같은 실패를 경험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김 감독은 이어 "현재 이승우는 모두 마음을 접은 상태고, 팀에 전념 중이다"고 전했다.
일단 이승우는 각종 이적설을 뒤로하고 K리그에서의 활약을 더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특히 올해 제주에서 이적한 윤빛가람과의 호흡을 강조했다. 올 시즌 윤빛가람이 주장 완장을 찼고 이승우와 정재용(32)이 부주장으로 뒤를 받치게 됐다. 이승우는 "'축구천재'였던 (윤)빛가람형이 책임감까지 갖게 됐으니 올 시즌 얼마나 잘할지 벌써 기대된다"며 "(윤)빛가람형이 앞으로 2개의 어시스트만 하면 '50-50(50골 50도움) 클럽'을 달성한다. 형에게 최소 2개의 도움은 받고 싶다"라며 웃었다.
팀 잔류를 택하는데 윤빛가람의 존재도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이승우는 "해외로 나갈지 고민할 때 (잔류에) 확신을 줬다"면서 "좋은 선수가 우리 팀에 와서 팀 퀄리티를 높여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앞으로 수원FC 경기가 더 재미있을 것으로 기대 된다"고 했다. 이어 "작년(리그 7위)보다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제주도와 태국을 오가며 훈련하는 등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부주장으로서 각오도 다졌다.
눈길을 모으고 있는 세리머니 계획도 슬쩍 내비쳤다. 이승우는 "(박)주호형이 아직 K리그 골이 없다. 주호형과 같이 골을 넣고 함께 춤을 추면 너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대표팀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대표팀은 항상 가고 싶은 곳입니다. 소속팀에서 잘해야 갈 수 있으니, 지금 위치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준비해서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