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8일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 연방의회 의사당은 폭도들로 넘쳐났다. 지난해 10월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에 실패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거 폭동에 가담한 탓이다. 분위기는 앞선 2021년 1월 6일, 미국 워싱턴 의사당에서 벌어졌던 과격한 대규모 선동과 흡사했다. 1·6 사태는 당시 미 의회의 조 바이든 대통령 인준 방해에 나섰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측 강성 세력들이 벌인 난동이다. 두 사태 모두 공권력을 투입한 이후에야 일단락됐지만 내상은 컸다.
우선 민주주의 ‘암흑의 날’로 새겨진 양국 참사에선 일그러진 공통분모부터 눈에 들어왔다. 특히 ‘대선 불복’ 기반의 집단행동을 부추긴 이면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모세혈관으로 자리했단 측면에서 심각성은 더해졌다. 사실상 양국의 테러를 부채질한 가짜뉴스가 SNS로부터 유통되면서다. 브라질 대선 직전엔 보우소나루의 경쟁자였던 룰라 다 시우바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교회를 폐쇄하고 국립학교에 남녀 공용 화장실을 만들 것”이란 악성 루머가 SNS에 공공연하게 떠돌았다. 지난 대선에서 패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측에선 “부정선거의 증거”라며 쓰레기봉투에서 트럼프를 지지한 투표 용지 더미를 수거하는 영상까지 SNS에 퍼뜨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트위터에 “부정선거가 자행됐다”는 사실 무근의 트윗을 쏟아냈다. 결과적으로 SNS에 퍼진 가짜뉴스가 삐뚤어진 불복 여론에 불을 지폈고 불법 장외투쟁까지 잉태시킨 꼴이다.
물론, SNS에도 긍정적인 측면은 공존한다. 개인 간의 원만한 의사소통과 실시간 정보 교환 및 새로운 여론과 다양한 인맥 형성 등은 순기능이다. 하지만 여기에 가짜뉴스가 스며들면 금세 역기능의 SNS로 돌변하기 십상이다.
당장 올드 미디어인 신문이나 방송과 달리 허술한 규제 속의 SNS상에선 가짜뉴스 생산부터 수월하다. 정확한 배경지식이나 사실 관계와 무관하게 내용을 변경하고 왜곡, 유통시키는 데엔 SNS만 한 루트도 드물다. 이처럼 SNS를 통해 광범위하게 확산된 무검증 가짜뉴스는 사실처럼 굳어지면서 또 다른 사회적 혼란으로 이어지기 일쑤다.
무엇보다 젊은 층과 부적절한 형태로 결합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현시점에서 젊은 층에게 SNS는 평범한 일상이다. 최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만 19~24세 10명 중 4명은 하루 5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사용했다. 이들은 유튜브와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을 주로 이용한 가운데 SNS를 통해 가짜뉴스를 가장 많이 접했다고 응답했다. 잘못된 정보를 습관적으로 공유할 개연성이 다분한 셈이다. 곳곳에서 “SNS와 연관된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우려가 나온 지도 오래다. 이런 관점에선 “현재 '좋아요'나 댓글, 구독자(팔로어) 등에 의존한 SNS 콘텐츠 우선 추천 알고리즘 비중을 정확도와 오류 지적 댓글 중심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전문가들의 조언은 귀 기울일 만하다.
SNS를 도화선으로 브라질과 미국에서 촉발됐던 폭동이 해외에서나 가능한 ‘글로벌 토픽’이라고 치부한다면 순진한 생각이다. 얼룩진 SNS를 정화시킬 골든타임은 지금도 허비되고 있다. 가짜뉴스의 온상으로 전락한 SNS에 보다 촘촘한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단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