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1일부터 고향사랑기부금제도의 본격 출범으로 고향 지자체에 기부를 원하는 국민은 누구나 500만 원까지 기부할 수 있게 됐다. 이 제도를 처음 시작한 일본에서는 2008년 850억 원 규모에서 지난해에는 8조 원으로 100배가 넘게 증가했다. 고향사랑기부제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일본에서 '고향세'가 정착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기부를 쉽게 만든 온라인 플랫폼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온라인 플랫폼의 필요성을 인정해서 행정안전부는 '고향사랑e음'이라는 사이트를 개설하였지만, 기대만큼 작동이 되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고향사랑e음' 사이트에서 기부하려면 휴대폰 실명인증 절차를 거쳐 회원정보를 입력하고 회원가입을 해야 한다. 일반 로그인, 디지털 원패스 로그인, 간편인증 로그인 등의 방법으로 로그인할 수 있는데, 온라인에 익숙한 사람도 쉽지 않은 과정이다. 본격적인 기부도 절차가 복잡하다. 기부할 지자체를 선택하고 금액을 정해서 기부금을 납부하게 되는데 이 단계가 잘 넘어가지 않는다는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고향사랑e음'은 지자체 담당자가 관리자 모드로 접속해 기부자와 기부금, 기부자가 선택한 답례품을 확인하고, 후속 업무처리를 쉽게 처리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게 문제다. 세외 수입 정보시스템을 통해 기부 내역을 확인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기부 내역만 나오고 기부자 인적 사항이나 선정한 답례품은 볼 수 없어 기부자 응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지자체 담당자들의 불만이다.
주관부처로 행안부가 운영하는 '고향사랑e음'은 기부 플랫폼보다는 지자체의 고향사랑기부금 업무를 지원하는 관리솔루션이나 ERP(전사적 자원관리) 기능에 초점을 맞추는 게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각급 지자체가 고향사랑기부 관련 업무를 손쉽게 처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다양해질 답례품과 모금 관련 데이터를 축적하여 정책 수립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고향사랑e음'의 위상 재정립이 시급하다. 기부 플랫폼은 지자체는 물론 민간의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여 개발하고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민간의 다양한 시도를 통해 다양한 기부자의 수요를 받아내되, 이들이 흘러 들어가는 데이터 저수지의 역할을 '고향사랑e음'이 수행하는 모양새가 되어야 한다. 이렇게 민간에 역할을 부여한다고 해서, 정부 역할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정부는 제도기반을 마련하고 활성화하므로, 지자체와 민간이 주도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협력적 리더십을 보여 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