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 예방하는 '브레이크’ 찾을 수 있을까?

입력
2023.02.06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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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숙 교수의 헬시 에이징] 차의과학대 바이오공학과 교수

생물학적으로 노화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과정이다. 몸이 퇴화해 기능과 적응력, 저항력 등이 떨어지는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복합적인 자연 현상이다.

과학자들은 수백 년 동안 노화를 늦추고 수명을 연장하는 비결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식이 요법과 건강 관리 개선 등을 통해 노화를 조금 늦추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노화라는 자연 현상을 멈추는 ‘불로초’를 아직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우리는 최근 계단 대신 엘리베이터를 타고, 걷는 대신 자동차를 타는 등 몸을 덜 움직이는 편안한 행동을 많이 추구하면서 ‘생물학적 나이’보다 나이가 드는 ‘가속 노화(accelerated aging)’에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가속 노화를 막기 위해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이 중요한 것은 분명하다. 이와 별개로 과학자들은 세포 재생 능력을 보여주는 줄기세포 이식이나 젊은 피 수혈 등을 통해 노화를 늦추거나 예방하는 ‘노화 브레이크’를 찾고 있다.

심근경색ㆍ당뇨병ㆍ치매 등을 유발한 마우스(실험 쥐) 등 다양한 동물 모델을 이용한 임상 시험에서 ‘중간엽 줄기세포(MSC)’가 노화 브레이크의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중간엽 줄기세포가 손상된 조직 복구에 좋은 결과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중간엽 줄기세포는 귀소(歸巢) 능력이 있기에 조직이 손상된 곳으로 이동해 복구에 유익한 성장 인자와 사이토카인, 케모카인 등을 분비한다.

노화 브레이크의 가능성을 보여줘 주목을 받고 있는 물질이 있다. 줄기세포 유래 ‘세포외 소포체(Extracellular VesiclesㆍEV)’다. ‘엑소좀(Exosome)’으로 알려진 세포외 소포체는 세포 간 신호 전달에 관여하고 메신저리보핵산(mRNA)를 운반하는 데 사용되는 진핵 세포에서 생산되는 구조다.

과학자들은 세포 간 신호 전달이 잘 되지 않는 것이 노화에 일조할 수 있다고 여겨 이 문제를 규명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스페인 발렌시아대 연구팀이 스페인 국립암센터ㆍ데이비드 게펀 의대 등과 협력해 어린 쥐 속에 있던 세포외 소포를 늙은 쥐에 주입했다.

지난해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서즈(Science Advances)’에 발표한 연구 결과는 놀라웠다. 늙은 쥐는 2주 만에 체력이 향상됐고 노화 관련 근육 퇴화도 감소했고, 피로도도 훨씬 덜해지는 한편 털도 다시 자라는 놀라운 효과를 거뒀다.

일부 실험 늙은 쥐를 해부한 결과, 콩팥 조직 퇴화가 감소했고 세포 생산도 늘어난 것을 확인했다. 또한 염증성 바이오마커 감소와 일부 조직이 후생유전학적으로 더 젊어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이러한 노화 브레이크 현상은 초기 세포외 소포체를 주입한 후 30일 뒤에 개선이 정점에 도달했고 60일 뒤에 그 효과가 사라졌다. 세포외 소포체를 주기적으로 주입하면 노화 브레이크 현상이 지속될지 여부를 더 많은 연구를 진행해야 하지만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노화 가운데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뇌가 노화돼 기억을 잃는 것이다. 65세 이상이 전 인구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 사회’ 진입을 눈앞에 둔 우리나라에서는 알츠하이머병(노인성 치매) 등 뇌 기능 장애가 가장 심각한 질환으로 꼽힌다.

아쉽지만 알츠하이머병 같은 뇌 기능 장애나 노화를 늦추는 효과적인 방법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염증 억제ㆍ증식 촉진 역할을 하는 중간엽 줄기세포와 세포외 소포체가 ‘노화 브레이크’ 역할을 톡톡히 수행할지 관심이 쏠리고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노화를 예방하거나 지적ㆍ신체적ㆍ심리적 능력을 향상하는 기술을 개발해 인간 상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트랜스휴머니즘’ 운동이 머지않아 열매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닉 보스트롬이 설파한 트랜스휴머니즘 운동이 복음이 될지 저주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