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100일(5일)을 앞두고 희생자 유족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 추모공간 설치를 요청했으나 거부됐다. 서울시는 광장에서 추모제를 열겠다는 사용 신청도 반려했다. 원칙이 있어 어쩔 수 없다는 해명이지만, 서울시에도 참사 책임이 있는 만큼 유연성이 부족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3일 이태원 참사 유족 측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달 30일 “희생자 추모 분향소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옆 세종로공원에 설치하고 싶다”는 의사를 서울시에 전했다. 시는 이튿날 곧바로 “시민공원에 구조물을 설치하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하다”고 통보했다. 유족들은 재차 “오세훈 시장이 적극 지원을 약속한 만큼 정무적 판단을 해 달라”고 협조 공문을 보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신 서울시는 서울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역사 내 지하 4층에 추모공간을 마련하는 방안을 유가족에게 역제안했다. 이태원 참사 대응 태스크포스(TF) 단장인 윤복남 변호사는 이날 “현재 녹사평 시민분향소 주변은 시민 왕래가 뜸해 광화문광장에 분향소를 하나 더 설치하자는 의견이 나왔다”며 “시가 유족의 뜻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참사 100일을 맞아 4일 예정된 ‘시민추모대회’의 광화문광장 개최에도 부정적이다. 앞서 주최 측이 광장 사용을 신청하자, 시는 “KBS가 먼저 사용 허가를 받아 규정상 중복 허가는 불가하다”고 결론 내렸다. 반면 유족들은 KBS 제작진과 협의해 추모행사가 열리기 전 촬영 장비를 철수하기로 조율이 됐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국은 당사자끼리 합의는 효력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시 고위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유가족과 KBS 간 일정 조율은 시와 무관한 일”이라며 “행정 규정과 절차를 무시하고 사용 허가를 내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유족들은 4일 오후 1시 30분~4시 집회 신고를 한 광화문네거리 세종대로 하위 3개 차로에서 시민추모대회를 진행한다. 원래는 행사를 마친 뒤 분향소를 설치할 계획이었다. 광장 추모도, 분향소 설치도 무산되면서 행사 당일 물리적 충돌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서울시의 시설물 보호 요청에 따라 행사 하루 전인 이날 오후 6시쯤부터 세종로 공원에 기동대를 투입하는 등 발빠른 통제에 나섰다. 윤 변호사는 “유족과 서울시가 대화를 통해 절충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