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입길에 오르내리는 성 비위 사건 두 개가 있다. 하나는 익명으로 실시된 교원평가에서 고3 남학생이 성희롱 문장으로 여교사를 욕보인 일이고, 다른 하나는 지방의회 의장이 동료 의원의 신체 주요 부위를 잡아당겨 고통을 준 일이다. 통신매체이용음란죄와 강제추행죄가 각각 적용된 두 사건 모두 범죄 혐의가 인정돼 최근 검찰로 송치됐다. 수사 중인 사건인 만큼 두 사람의 법적 처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사안이 진행되는 과정이 확연히 다르다.
먼저 지방의회 성추행 사건을 보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상병헌 세종시의회 의장의 혐의는 회식자리에서 손으로 동료 의원의 신체 특정 부위를 잡아당기고, 또 다른 동료에게는 강제 입맞춤한 것으로 요약된다. 고통과 수치, 불쾌를 호소한 피해 의원들의 사과 요구가 있었지만 의장이 뭉개면서 의장 불신임안까지 올라왔다. 그러나 의장이 의사봉을 휘둘러 논란이 확대되는 상황이다. 특히 행정안전부가 해당 안건 처리에서 “의장은 제척된다”고 일렀음에도 불구하고 의장이 의사진행 발언 신청을 불허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셀프 방어’에 성공한 상 의장은 무죄추정 원칙을 운운하며 자리에서 내려올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와 같은 당적을 가진 민주당 의원들도 똘똘 뭉쳐 의장 경호대를 자처하고 있다. 20석 중 13석을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으니, 이들이 귀를 틀어막고 단결하면 다른 도리가 없다.
반면 고등학생 사건의 경우 상 의장과 마찬가지로 아직 수사가 끝나지 않았지만 해당 학생은 이미 퇴학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11월 세종의 한 고등학교에서 실시된 교원평가에서 A학생은 자유 응답식 문항에 여교사를 성적으로 희롱했다. ‘난 올해 어떤 선생님이었을까?’ 설렘 반 걱정 반으로 자신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를 받아 든 교사는 큰 충격을 받았다. 휴가에 들어가야 했을 정도였다. 피해 교사 요청으로 교권보호위원회가 소집됐고 학교 선생님들도 ‘정도가 심하다’고 판단해 학생을 찾아내기로 했다. 경찰도 ‘형사상’으로 범죄 혐의가 뚜렷했던 만큼 수사에 착수해 문제 학생을 특정했다. 큰 뉴스가 됐던 탓인지 학교 측이 최근 퇴학 처분을 의결했다. 졸업식 열흘 전이었다.
A학생은 퇴학당해 대학 진학이 어렵게 됐고 상 의장은 자유롭게 다니며 의장 행세를 하는 상황을 보면 상 의장보다 A학생이 훨씬 큰 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보인다. 댓글 여론 재판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수사가 끝나기도 전에 퇴학을 당한 학생에 대해 “맞아도 싸다”, “퇴학은 당연하다”, “사이다 맛이다” 등의 글이 쏟아지는 반면, 성추행 도마에 오른 의장에 대해선 “남자들끼리 술 먹고 장난친 거 가지고 뭘 그러냐"는 식이다.
그러나 학생에게 적용된 음란죄는 2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지만, 상 의장에게 적용된 성추행죄는 10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법은 A학생보다 상 의장의 혐의를 더 무겁게 본다는 뜻이다.
상 의장과 민주당 시의원들이 댓글 여론에 기대어 버텨보겠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모두 민주당 깃발 아래에 있었던 것을.
정민승 사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