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이슬람사원 반대 주민들, 또 고기 파티

입력
2023.02.02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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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큐 파티 이어 이번엔 수육 파티
문체부 등 관계당국 중재 시도 무위
주민들 "이슬람사원 부지 매입해야"

2일 낮 12시 30분 대구 북구 대현동 경북대 서문 인근 이슬람사원 건립 현장 앞에 두 개의 테이블이 등장했다. 곧 테이블 주변으로 모여든 사람들은 그릇에 돼지고기 수육과 소고깃국을 담아 주민들에게 나눠줬다. 이슬람사원 건립에 반대하는 비상대책위원회 측이 마련한 ‘수육 파티’였다.

이슬람사원 건립 갈등이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사원 건립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이슬람에서 금기시하는 돼지고기를 활용한 반대 시위를 지속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지만,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당국의 중재는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

이날 고기파티는 처음이 아니다. 이미 지난해 반대 주민들은 바비큐 파티를 한 차례 열었다. 서재원 비대위원장은 “기회가 되면 돼지수육과 바비큐로 얼마든지 더 잔치를 벌일 수 있다”며 “무슬림 유학생들의 사원 건립 의지만큼이나 주민들의 반대 입장도 변함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원 건립을 둘러싼 양측의 대치는 2020년 무슬림 6명 등 건축주 7명이 경북대 서문 인근 주택을 매입하면서 시작됐다. 같은 해 12월엔 지상 2층, 연면적 245.14㎡의 사원 건축 허가가 나 건물 착공에 들어갔다. 하지만 주민들의 결사반대로 착공 두 달 만에 대구 북구청이 공사중지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건축주 측은 공사중지명령 취소 청구소송을 내 승소했고, 지난해 8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무슬림들은 돼지고기를 이용한 반대 집회에 불쾌한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무아즈 라작 경북대 무슬림커뮤니티 미디어 대표는 “돼지고기를 먹고 고사를 지내는 것이 한국의 문화라고 하지만 무슬림 유학생들을 헐뜯는 것이 진짜 목적”이라고 비판했다. 이날도 무슬림 유학생들이 ‘돼지국밥 드시러 오세요’라고 쓰인 현수막을 외면한 채 기도처로 향하는 모습이 종종 목격됐다.

법원 판결에도 주민들은 건립 취소가 아니면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태세다. 지난달 종무실 관계자들을 현장에 보내 해결책을 모색한 문체부의 중재 역시 거부했다. 이들은 행정당국이 직접 사원 부지를 매입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날 만난 한 주민은 “종교 차별이나 이슬람포비아가 아니다. 폭염에도 문을 열지 못할 정도로 시끄럽고 땅값은 떨어지는데 누가 보상해 주느냐”고 말했다.




대구= 류수현 기자
대구=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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