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해 정부가 이달 중순까지 자율 점검 결과를 보고받는다. 단순히 자료 비치 여부를 확인하는 수준이라 민주노총을 비롯한 대부분 노조가 정부 요구에 따를 것으로 보이지만, 세부 내용을 확인하려는 시도에는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고용노동부는 이달 15일까지 조합원 수 1,000명 이상의 단위노동조합과 연합단체 334곳으로부터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 등의 비치·보존의무 이행 여부를 보고받을 예정이라고 1일 밝혔다. 지난 한 달 동안 자체적으로 진행한 자율점검 결과를 보고하라는 것이다.
노동조합법 제14조에 따르면 노조는 ①조합원 명부 ②규약 ③임원의 성명·주소록 ④회의록 ⑤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를 비치하고, 이 중 회의록과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를 3년간 보존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특히 예·결산서와 수입·지출관계장부, 자체 회계감사 관련 서류 등을 포함한 회계 관련 서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노조가 회계 부정을 일으키지 않도록 적절한 견제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비롯한 각 산별노조는 서류 비치 여부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확인해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법에 나와 있는 조건은 기본적으로 우리도 다 지키고 있는 것"이라며 "비치 서류 목록이나 증빙사진 등은 얼마든지 제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양대노총 모두 그 이상의 요구는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번에 고용부는 노조에 서류 비치 여부를 넘어 목록 등이 적혀 있는 내지 사진까지 요구했는데,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모두 이를 '월권'으로 판단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장부나 서류 내용까지 보고하라는 내용은 법률에 나와 있지 않다"며 "본부는 물론 회원조합(산별노조) 모두 내용 보고는 하지 않도록 지침을 세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위별 노조의 보고 내용에 대해서도 정부와 양대노총의 의견 차이가 크다. 정부는 조합원 수 1,000명 이상의 모든 단위노조 및 연합단체에 보고 요구 공문을 발송했는데, 산별노조에는 산하 지부·지회 내역까지 모두 파악해 보고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금융노조에서는 금융노조 본부뿐 아니라 각 금융사 노조의 회계서류 비치 여부까지 확인해서 제출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양대노총은 산별노조 차원의 대응만 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15일까지 수백 개에 달하는 지부·지회 내용까지 일일이 파악해서 보고하는 건 어렵다고 본다"며 "지시 자체가 산별노조의 개념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정부는 요구한 서류 목록이 완전히 채워지지 않을 경우 '미제출'로 보고 노조법에 따른 과태료 부과 등으로 엄정히 대응할 방침이다. 새해 업무보고 첫 순서로 '노조 회계 투명성'을 올린 만큼, 정부는 올해 3월 노조법 시행령 개정 작업에 착수해 노조 회계 규제를 강화하고 3분기까지는 '노조 회계 공시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노조 규제를 강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