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 정규직 신규 채용 규모를 줄인다. 문재인 정부가 지나치게 늘려 놓은 인원을 정상화하려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대신 청년 인턴이 늘고, 고졸과 장애인 고용이 확대될 전망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2023 공공기관 채용정보박람회’ 개회사에서 “고용시장의 버팀목인 공공기관이 올해 총 2만2,000명+α(플러스 알파)를 신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최우선 목표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면서다.
추 부총리 말대로라면 올 공공기관 정규직 신규 채용 규모는 6년 만에 최저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공공기관 신입 직원 수는 문 정부 첫해인 2017년(2만2,659명) 이후 줄곧 2만5,000명을 상회해 왔다. 2019년에는 4만1,322명까지 치솟기도 했다.
공공기관이 신입 정규직을 많이 뽑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게 윤 정부 판단이다. 방만 경영이 인원 확대에서 비롯되기 일쑤라는 것이다. 윤 정부가 보기에 이미 공공기관은 군살이 제법 붙은 상태다. 현재 정원(44만9,000명)의 2.8%(1만2,442명)를 감축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런 인식에서다. 무리한 구조조정 없이 인원을 줄이려면 자연 감소에만 기댈 수 없다.
좋은 일자리는 민간 부문과 기업에서 창출돼야 한다는 게 현 정부 신념인 만큼 청년층의 원성은 감내해야 할 대가다. 추 부총리는 이날 청년 구직자들과 만나 “공공기관이 청년 일자리를 소화하면 좋겠지만 공공기관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이라며 “일이 없는데 사람을 채용하면 세금이 낭비된다”고 말했다.
2만2,000명도 적은 수는 아니라는 게 추 부총리 주장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신규 채용 규모가 컸던 것은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정규직 수가 산입됐기 때문인데 이런 요인을 제외하면 2017~2022년 연평균 신규 채용 규모는 2만5,000명 수준이다. 추 부총리는 “비대해진 공공기관을 효율화하면서도 신규 채용 여력을 최대한 확보했다”며 “대개 1만~2만 명이던 (문 정부 이전) 과거 평년보다 오히려 많은 숫자”라고 했다.
청년에게 더 제공되는 것은 취업 대신 인턴 기회다. 추 부총리는 “청년 인턴을 작년보다 2,000명 늘어난 2만1,000명으로 확대하고 리서치ㆍ분석 등 실질적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업무를 부여할 예정”이라고 했다.
청년 세대한테는 좁아진 공공기관 취업 문이 고졸이나 장애인에게는 넓어질 수도 있다. 추 부총리는 “형평성 강화 차원에서 고졸 채용 비중을 작년(7.5%)보다 높은 8% 이상으로 키우고 장애인 고용률은 법상 의무 고용률(3.6%)을 웃도는 4%대로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공공기관 채용정보박람회는 이날부터 이틀간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다. 138개 공공기관이 채용 계획, 절차, 직무 특징 등을 소개하고 구직자 상담 부스를 운영한다. 올해부터 공공기관 채용 때 내는 토익(TOEIC)ㆍ토플(TOEFL)ㆍ아이엘츠(IELTS) 등 어학 성적 인정 기간이 종전 2년에서 최대 5년으로 연장되는데, 이런 정부 방침도 행사에서 홍보된다. 공공기관 채용정보박람회가 오프라인으로 열리는 것은 3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