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발발 2년… '침묵'으로 일어선 미얀마 "우린 계속 싸우는 중"

입력
2023.02.0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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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저항' 전국서 반군부 '침묵시위' 진행 
경제난·포격 속에서도 '민주화 투쟁' 포기 안 해 
'내우외환' 군부, 총선 강행·공포 정치 이어가


"우리의 침묵은, 군부의 잔인한 탄압에도 계속 싸우고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함이다."
미얀마 총파업조정기구(GSCB)

1일 오전 10시(현지시간) 미얀마 양곤을 비롯해, 주요 도시들의 도심은 일제히 텅 빈 모습이 됐다. 직장인들은 출근하지 않았고, 자영업자들도 가게 문을 열지 않았다. 총이 없는 미얀마 시민들이 2년 전 이날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에 저항할 유일한 방법은 '거대한 침묵'뿐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침묵시위는 민주 진영의 노동자 계급을 대표하는 총파업조정기구(GSCB)가 주도했다. 지난달 중순부터 진행된 GSCB의 침묵시위 촉구에, 시민들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침묵시위 참가 팻말을 집 안에서 들고 있는 사진을 올리는 방식으로 호응했다.

침묵의 물결엔 미얀마의 지난 2년간 고통이 응축돼 있다. 주력 수출산업이었던 봉제·가공업에 종사했던 미얀마인들은 '군부 반대' 의미로 외국 기업들이 대거 철수하면서 한순간에 실직자로 전락했다. 미얀마 빈곤층은 쿠데타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 현재 2,2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자영업자들의 삶 역시 피폐하다.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로 미얀마 통화(짯) 가치는 하락한 반면, 물가는 급등했다. 실제로 쿠데타 이후 미얀마 유가는 3배, 쌀값은 2배 이상 각각 올랐다. 양곤에서 택시를 운전하고 있는 민트 아웅(30)씨는 "쿠데타 전 하루 1만5,000짯을 벌었으나 지금은 5,000짯을 벌기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미얀마인들은 투쟁을 포기하지 않는다. 청년들은 너도나도 시민저항군에 지원하고 있고, 교사 등 공무원 수만 명은 2년째 업무를 거부하며 군부에 저항하고 있다. 이날 현재 민주 진영의 중심축인 국민통합정부(NUG) 산하 저항군은 6만 명, 소수민족 반군은 4만5,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등 돌린 중국... '진퇴양난' 군부의 발악

미얀마 군부는 점점 더 고립되고 있다. 최우방이었던 중국이 지난해 12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첫 번째 '미얀마 결의안'에 반대하지 않았고, 러시아와 인도 역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이들 국가의 지원만 믿고 '마이웨이'를 외쳤던 군부로선 크게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군부의 조바심은 죄 없는 미얀마인들을 더 괴롭히는 형태로 표출되는 중이다. 저항군과 반군이 사실상 장악한 사가잉·라카인·샨주(州) 탈환이 어렵다고 판단한 정부군이 지난달 민가 지역을 수차례 폭격하며 분풀이를 한 게 대표적이다.

체포된 주요 민주 인사에 대한 사형 선고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기준 군부가 체포한 민주 인사와 시민 1만7,572명 가운데 사형을 선고받은 인원은 무려 100명을 웃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진영 "우리에게도 무기를" 호소

벼랑 끝에 몰린 군부의 마지막 카드는 오는 8월 총선을 강행해 정권을 공식적으로 인계받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 진영 출마가 원천 봉쇄된 선거는 실제 투표가 이뤄진다 해도 국제사회에서 정당성을 인정받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노엘린 헤이저 유엔 미얀마 특사는 "군부가 주도하는 총선은 더 큰 폭력 사태를 부추기고 민주주의와 안정으로의 복귀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며 "국제사회는 통일된 입장으로 미얀마 군부를 더 압박해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얀마 민주 진영도 국제사회의 지원을 간절히 호소하고 있다. 두와 라시 라 NUG 대통령 권한대행은 "우리에게 대공 무기가 있다면 정부군을 상대로 6개월 안에 승리를 거둘 수 있다"며 "미얀마가 우크라이나처럼 미국과 유엔의 지원을 받을 경우, 군부의 학살에 따른 시민들의 고통도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노이= 정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