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해진 민주당 “이재명 대안이 왜 없냐” “총선 어쩌냐” 딜레마

입력
2023.02.01 11:30
거듭되는 소환에도 의원 다수 "단일대오"
이상민 "이재명 대안이 왜 없나"
박용진 "100명이 따라간들 무슨 의미"
홍영표 "단일대오가 좋은 건지 모르겠다"
또 뇌관 된 '당헌 80조' 개정 논란

더불어민주당이 처한 '이재명 딜레마'가 진퇴양난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소환 조사가 거듭되는 데다, 검찰의 이 대표 기소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이 대표는 "정치 수사" 프레임을 견지하고 있고, 친이재명계(이하 친명계) 역시 "단일대오"를 외치며 당내 결속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하지만 이 같은 행보가 당 전체를 위험에 끌고 들어간다는 경계론과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우려 또한 비등하다. 일부 강성 지지자들이 "내부총질"이라며 이런 다른 목소리에 격렬 항의하고 있어 상황은 연일 혼전세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1일 YTN 라디오 '이재윤의 뉴스 정면승부'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무고함을 밝히려면 소환에 임하면서 자신의 방어권, 무고함을 적극 대항해야 한다"면서도 "이 문제는 이 대표가 개별적으로 그리고 철저히 법률적으로 대응해 방어, 변호를 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연신 이 대표의 출석 현장에 동행하고자 하는 일부 의원들의 행보를 꼬집은 것이다. 그는 "이걸 정치적인 세력 과시로 대응하면 경쟁거리로 전락하고 결국 상처를 입게 된다"며 "국민들도 상당히 피로감이나 짜증이 누적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이 대표가 기소될 경우 대표직 유지 여부에 대해 당내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을 두고 "당대표든 어느 당직자든 기소가 되면 일단 당헌당규의 원칙을 관철해 물러났다가 무고함이 밝혀지면 다시 복귀하는 방법을 택하는 게 어떨까 싶다"며 "(일각에서) 이재명 대표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논리를 하는데, 왜 대안이 없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160여 명의 의원뿐 아니라 원외에도 훌륭한 분들이 있기 때문에 어느 특정인을 위한 법 규정 적용을 하고 그때그때마다 달리 굴절되게 적용하는 것은 당당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거듭 이어지는 '당헌 80조 논란'을 다시 꼬집은 것이다. 민주당 당헌 80조는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각급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난해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 규정에서 '기소돼 직무 정지 요건에 처했을 경우 정치탄압 여부를 판단해 구제'를 결정하는 기구를 ‘중앙당 윤리심판원’에서 ‘당무위원회’로 바꿔 개정했다. 당무위원회는 당대표를 의장으로 하는 의결기구로, 당대표 측이 '셀프 예외'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한 셈이다.

친명계는 "기소는 기정사실"이라면서도 정치탄압 수사인 만큼 이 대표가 당직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의원은 당헌 80조의 본질을 강조하며 이를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 역시 1일 당헌 80조가 "당이 개인의 사법적인 리스크를 당 전체의 리스크로 위험에 빠트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안전 장치"라고 친명계의 논리를 반박하고 나섰다. 박 의원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우리 내부의 규정이라고 당원 총투표로 룰을 바꿔서 서울시장, 부산시장 (후보를) 냈다가 지금 정권 잃는 데까지 도화선이 됐던 거 아니겠냐"며 "모든 당헌당규는 공당으로서 국민과의 약속이고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서 이 문제에 대한 판단을 해야 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만일 사무총장이 '제가 당무 정지를 안 시켜도 되겠다'고 한다면 그 이유와 근거가 뭔지를 발표해야 된다"며 "그게 설득력을 못 가지면 당내 논란도 있을 테고 국민적 논란도 있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 대표는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비이재명계(비명계)에 손을 내밀었다.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당내 비명계 모임으로 평가받는 '민주당의 길' 첫 토론회에 참석한 후 축사를 통해 "정당에는 다양한 의견이 많아야 하고 다양성이 본질"이라는 덕담을 건넸다.

토론회에 참석한 다수 의원들은 '비명계 모임'으로 분류되는 것을 연신 경계했지만, 토론회 안팎에서는 현 상황에 대한 쓴소리가 이어졌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기자들에게 "당이 단일한 목소리로 단일대오를 유지하는 것이 좋아 보일 수 있지만 지금 상황을 다르게 판단하고 있고 다른 모색을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며 '단일대오론'에 선을 그었다. 비공개 토론에서는 민주당의 부진한 지지율의 원인으로 '이 대표의 낮은 인물 호감도', '사법 리스크' 등이 언급됐다고 한다.

한편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강성 지지자들은 이 대표의 조사에 응원을 갔는지 여부 등을 기준으로 의원들을 분류한 명부 등을 돌리는 등 '다른 목소리'에 격렬 항의하고 있다. 상당수 의원들이 별다른 공개 목소리나 움직임을 유보하는 까닭이다.

하지만 '대규모 장외투쟁 동원령'이 딜레마에 한번 더 기름을 끼얹었다. 4일로 예정된 장외투쟁을 앞두고, 중앙당이 전국 지역조직에 최대 수백 명의 당직자, 보좌진, 참석자를 동원하라고 할당량을 공지하면서 무리한 행보라는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집회 동참을 촉구하는 게시물을 올리면서 "윤석열 검사 독재 정권의 공포정치를 막아내고, 국민의 삶을 지켜내겠다"며 "민주주의의 파란 물결에 동참해 달라"고 썼다.

이에 보좌진 사이에서조차 비명계가 줄곧 우려하듯 '이재명 사법 리스크'가 '민주주의 수호'가 되고, 당 전체가 총동원돼 이에 대응하는 모양새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 출신 양향자 무소속 의원은 이 대표의 행보를 두고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개인적으로, 인간적으로 어찌 이재명 대표에게 연민과 동정이 없겠냐"면서도 "그러나 당을 책임질 사람이 당에게 자기 책임지라고 하면 되겠냐"고 썼다. 양 의원은 "제가 보기엔 이재명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위민 위당이 없다는 것"이라며 "계속 이대로 간다면 이재명 대표의 정치는 자기연민과 자기동정으로밖에 안 보일 것으로 참 안타까운 일"이라고 우려했다.

김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