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이스라엘에 이어 팔레스타인을 방문했다. 최근 두 국가 사이에 잇따른 무력 충돌로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자 이를 완화하려는 긴급 조처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중동 방문 세 번째 목적지로 팔레스타인 중심 도시 라말라를 찾은 블링컨 장관은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을 만났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이 자리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별도의 국가로 공존하는 이른바 '두 국가 해법'에 대한 지지 의사를 재확인했다. 전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회담에서도 그는 두 국가 해법을 촉구했다.
블링컨 장관은 특히 이스라엘의 유대인 정착촌 확장 등을 두 국가 해법 위협 요인으로 꼽았다. 이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유대인 정착촌 확대에 부정적 입장을 표명해 왔다. 그는 "(두 국가 해법을 위협하는 요소들에는) 정착촌 확장, 불법 정착촌(Outpost) 합법화, (팔레스타인 주민) 가옥 철거와 주민 추방, 성지의 역사적 지위 파괴, 폭력 선동과 묵인 등이 포함된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 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극우 성향인 네타냐후 총리의 재집권으로 세계의 화약고인 중동에서는 불씨가 연일 일고 있다. 이스라엘 새 정부는 유대인 정착촌 확대를 비롯해 연정 과정에서 여러 우경화 정책을 약속했다. 네타냐후 내각에서는 국가안보 장관의 이슬람 성지 방문, 난민촌 급습 등 도발 행위를 계속 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인의 동예루살렘 유대인 정착촌 총격 사건까지 벌어지는 등 유혈 분쟁도 끊이지 않고 있다.
네타냐후 내각은 그러나 자제는커녕 총격 사건의 보복 차원에서 유대인 정착촌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블링컨 장관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쪼그라드는 희망의 수평선'을 마주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