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후보 등록을 사흘 앞두고 친윤석열계 최고위원 후보의 출마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당대표는 물론 최고위원까지 친윤계로 채워 '원팀'을 만들겠다는 친윤계의 전략적 행보가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이준석 전 대표를 사퇴시키는 과정에서 '최고위원 4인 이상 궐위 시 비상상황으로 규정'하는 당규를 신설한 만큼, 비윤계가 새 지도부를 무력화할 여지를 남겨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선 비윤계의 출마선언도 속속 이어지고 있다.
친윤계 재선 박성중 의원은 3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고위원 출마를 공식화했다. 박 의원은 출사표에서 "더 이상 내부총질은 없다"며 "당을 망친 이준석 지도부 시즌2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전 대표의 눈치를 보며 감싸고, 방치하고 눈치 보며 자신의 권력만을 챙긴 이준석 전 지도부는 양심이 있다면 출마를 포기하라"고 촉구했다. 당시 '이준석 리더십'이 흔들리는 과정서 극심한 당내 갈등이 노출됐고, 결국 당 지도체제가 비대위로 전환된 데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다.
'도로 이준석 체제'에 대한 견제는 전임 지도부 출신 인사들의 출마 러시가 친윤 지도부 구축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지도부' 출신 최고위원 중 재도전 의사를 밝힌 인사는 김재원·정미경 전 최고위원과 김용태 전 청년 최고위원이다. 조수진 전 최고위원은 출마를 고심 중이다.
개정 당헌은 '선출직 최고위원 5인 중 4인 이상이 사퇴·궐위 시 비대위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친윤계 일각에서는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청년 최고위원을 포함한 최소 3인을 확보해야 친윤 지도부가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친윤계에선 대구·경북(TK) 재선의 이만희 의원이 31일 출마선언을 앞두고 있고, 대선 당시 윤 대통령 수행실장을 맡았던 이용 의원도 출마선언 일정을 조율 중이다. 청년 최고위원으로는 일찌감치 장예찬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비윤계는 친윤계 견제를 통한 당내 민주주의 및 공천 공정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최고위원직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자격심사를 통해 부적격 후보의 경우 후보 등록 단계에서 배제키로 사실상 방침을 정하면서 지도부 입성 가능성이 더 낮아졌다는 평가다.
당장 당 선관위는 음주운전 등 전과를 부적격 후보 기준에 포함하는 방침을 사실상 확정했는데,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친이준석계 허은아 의원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시선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당 일각에선 당 선관위가 당원들의 선택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려 한다는 반발이 나온다.
하지만 허 의원은 이날 "용기를 내기로 결정했다. 우리 당이 얼마나 건강한지 보여주겠다"며 최고위원 도전 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용태 전 최고위원도 31일 '반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을 기치로 출마선언을 할 예정이다. 김웅 의원은 출마 여부와 관련해 "신중하게 고심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