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 앞에서 표정 관리해야 "... '노 마스크'가 달갑지 않은 사람들

입력
2023.01.3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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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에 공들여야" "마기꾼 시선 의식"
"포커페이스 불가" 고객 등 응대 걱정도

“직장 동료들과 마스크 쓴 얼굴만 보다가 갑자기 벗고 대화하려니 당황스럽네요.”

직장인 이모(27)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한창이던 2021년 초 입사했다. 마스크 없는 직장 생활을 해본 적이 없는 셈이다. 그간 마스크 착용의 효용성도 톡톡히 누렸다. 이씨는 “시간에 쫓기면 면도를 안 하고 출근해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30일부터 일부 필수 시설을 제외하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지만 그는 당분간 마스크를 쓰고 회사에 다닐 생각이다.

정부 차원의 마스크 착용 의무는 2020년 10월 도입됐다. 지난 27개월간 마스크는 표정과 얼굴, 만남을 차단하는 일종의 ‘장벽’이었다. 지긋지긋할 법도 하지만 누구나 ‘노 마스크’를 마냥 반기는 건 아니다. 마스크가 옷처럼 익숙해져 맨얼굴이 어색하고 부끄럽다는 시민도 적지 않다.

직장인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색조화장품 구매나 피부과 방문 등 미뤄 왔던 외모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고 토로했다. 조모(27)씨는 마스크 착용 규제가 느슨해진 시점부터 출근 준비 시간이 부쩍 길어졌다. 마스크를 꼭꼭 눌러써야 할 땐 눈썹 화장과 보습 정도에만 공들였는데, 이제 립스틱에 틴트(입술용 색조 화장품)까지 덧발라야 한다. 조씨는 “서랍에 3년 동안 묵혀 뒀던 컨실러(피부 결점을 가리는 화장품)도 얼마 전 다시 꺼냈다”고 푸념했다.

외모에 민감한 중고생들 사이에선 이른바 ‘마기꾼’ 효과가 사라지는 걸 서운해하는 기류도 있다고 한다. 마기꾼은 마스크를 쓴 사기꾼의 줄임말. 마스크를 쓴 얼굴만 보다가 벗으면 기대만큼 매력적이지 않아 실망스럽다는 뜻이다. 이런 점을 의식해 같은 반 친구들에게도 얼굴을 보여주기 꺼려 한다는 것이다. 고교 3학년 장민주(19)양은 “심지어 노 마스크가 싫어서 급식을 거부하는 친구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윤정아(18)양도 “콤플렉스가 있으면 마스크를 안 벗게 된다”고 거들었다.

직장과 사회생활에서 마음에 없는 표정을 짓지 않아도 돼 편했는데 아쉽다는 반응도 나온다. 7년차 직장인 이모(31)씨는 “상사에게서 싫은 소리를 듣거나 당황스러운 일이 생겼을 때 표정 관리를 해야 하는 게 벌써부터 걱정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늘 고객을 응대해야 하는 식당 아르바이트생 A(20)씨 역시 “직원이 어려 보이면 괜히 반말로 시비를 거는 손님들이 있는데 이젠 기분이 나빠도 애써 웃어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김소희 기자
나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