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중순 서울 용산구 한 골목에 고양이 사체가 발견됐습니다. 근처 상가 주인이 이를 발견하고, 동네 케어테이커에게 연락을 했고 케어테이커가 현장을 찾았는데요.
골목 초입에 도착하니 서로의 온기에 의지하며 앉아 있는 고양이 2, 3마리가 눈에 띄었다고 합니다. 케어테이커가 골목 안쪽으로 더 들어가니 추위에 떠는 고양이들이 더 있었고, 그 옆에는 사체들이 발견됐습니다. 사체는 총 9마리, 살아 있는 고양이는 무려 13마리였습니다.
케어테이커는 용산구청에 신고했고 13마리는 구청의 위탁을 받아 보호소로 운영되는 병원 5곳으로 분산돼 이동했습니다. 사체 중 일부는 훼손된 채 발견돼 케어테이커가 경찰에 신고했는데요, 알고 보니 고양이들은 동네 고양이가 아니라 보호자가 있던 게 밝혀졌습니다.
보호자는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은 채 고양이들을 길렀고 그 수가 38마리까지 불어났다고 했습니다. 그가 더 이상 키우기 어렵다는 이유로 22마리를 추운 겨울 골목에 내다버린 겁니다. 하지만 나머지 16마리는 어디로 갔는지 밝히지 않았습니다.
집에서 지내다 강추위에 오랜 시간 노출된 고양이 대부분은 결국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 가운데 2마리인 하니(2세 추정∙암컷)와 로미(2세 추정∙암컷)만 살아남았지요. 병원은 용산구 내 유기동물을 구조해 입양처를 찾아주는 유기동물행복찾는사람들(유행사)에 연락했고, 현재 유행사 연계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중성화 수술을 했습니다. 로미는 퇴원을 했지만 하니는 아직 동상으로 인해 꼬리 피부가 괴사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집에서 기르던 고양이를 방사한다며 유기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는 범죄입니다. 이미 사람과 같이 살면서 적응한 고양이들은 길에서 살아가기 어렵습니다. 음식을 구하기도 어렵고, 다른 고양이들과 영역 다툼에서도 밀려날 수밖에 없어서입니다.
김민정 유행사 활동가는 "로미와 하니 모두 처음 만난 사람의 손길을 피하지 않을 정도로 사람을 좋아한다"며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하고 평생을 함께할 가족을 만나길 바란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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