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묘년 2023년 음력 새해가 시작되었다.
'까치 까치 설날은~~'이란 노랫말 때문인지 설날 하면 까치가 떠오른다. 신라 석탈해 왕의 설화나 견우와 직녀의 오작교에 까치가 등장하고, 은혜 갚은 까치 같은 전래 동화들이 많은 점을 보면 우리 민족은 까치와 매우 친근한 문화를 가져오고 있는 것 같다. 1964년 국제조류회의(ICBP) 한국본부와 한국일보사가 '나라 새 뽑기 운동'으로 국조로 어떤 새가 좋은지 공모했는데, 그 결과 까치가 41.1%로 1등으로 뽑혀 ICBP(1993년 BirdLife International로 변경) 본부에 보고되기도 했다고 한다.
까치와 관련된 풍습으로 까치밥이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까치밥은 '늦가을에 감을 수확할 때, 까치 따위의 새(날짐승)들이 먹으라고 다 따지 않고 몇 개 남겨두는 감'을 지칭한다. 혼자만 살려고 하지 않고 주변과 함께 더불어 사는 삶을 추구하는 한국인의 정신문화가 까치밥의 밑바탕 취지나 철학에 들어있다고 풀이하곤 한다. 또한 혼자 전부 가지려는 탐욕과 과욕을 경계하는 마음가짐을 중요시하는 철학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까치밥 정신'으로 해석 가능한 기업의 경영방식들이 있다. 기업 이익금의 일부를 사회봉사활동이나 사회공헌활동 및 사회적 책임경영의 예산으로 책정하는 것이다. '나눔 경영' 또는 '지속가능경영'의 개념과 연결된다.
한국 기업들이 협력사인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상생협력경영도 까치밥 정신이 밑바탕에 있다고 연결지을 수 있다. 한 대기업은 협력사의 경영안정화를 위한 1조 원 규모의 상생펀드를 운용하여, 협력사들의 연구개발 관련 필요 자금을 저금리로 제공한다. 또 2015년부터 보유 중인 특허 수천 건을 무상 양도했는데, 양도 대상을 거래하는 협력사로 한정하지 않고 거래하지 않는 다른 중소·벤처기업들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 기업들이 직접 거래 관계에 있는 협력업체뿐 아니라 거래 관계가 없는 중소·중견기업의 경쟁력도 강화하는 상생협력경영은 전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쉽지 않은 독특하고도 고유한 산업문화 사례가 되고 있다. 상생협력경영은 '까치밥'의 원리와 유사할 수 있다.
주변 경영환경을 중시하는 상생협력경영은 지원한 대기업에도 중장기적으로는 결국 이득이 될 수 있다. 지난 수십 년간 글로벌화가 진전되면서 세계 시장 경쟁 판도가 기업 간 개별경쟁이 아니라 공급망 경쟁으로 변화되어, 시장경쟁이 SCM(Supply chain management) 경쟁 또는 기업 클러스터 간 경쟁의 시대가 되었다. 이렇게 변화된 시장상황은 상생협력경영이 한국기업들에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사용자와 노동조합이 합의하여 매월 임직원 급여의 1%를 기부해 조성한 '급여 1% 나눔 재단'을 만들거나, 임직원의 기본급 1% 기부와 매칭그랜트 방식으로 회사가 출연해 조성한 1% 행복 나눔 기금 그리고 정부 및 협력사 공동근로복지기금 출연금으로 상생기금을 조성해서 협력사 직원 6,000여 명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남은 기금은 협력사 임직원을 위한 단체상해보험 갱신과 근로여건 향상을 위한 복지프로그램 재원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사례도 '까치밥' 원리와 유사할 수 있다. 대기업 임직원이 자신들만의 이익을 최대한 챙기려 하지 않고 협력사 직원들과 나눔을 실천하는 것으로, 혼자 다 먹지 않고 조금이라도 나누어 먹고자 함이다. 이러한 나눔정신도 기업가정신의 하나이다.
까치밥은 나눔과 베풂의 마음과 과욕과 탐욕을 경계하는 계영배의 마음가짐으로 한국 특유의 정의 문화라고 할 수 있다. 기업경영에 까치밥 정신과 같은 우리 고유의 정신문화를 융합하면 사회와 함께 더불어 잘사는 독창적인 K-Management Way(한국형 경영방식)를 창조해 갈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