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뇌전증 환자를 만들어내 병역면탈을 유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브로커 구모(47ㆍ구속)씨가 27일 열린 첫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구씨는 이날 서울남부지법 형사9단독 조상민 판사 심리로 열린 1차 공판에서 검찰이 제기한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다. 구씨 변호인은 “피고인은 공소 사실을 수사 단계부터 인정하고 깊이 뉘우치고 있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구씨 측은 △사건 초기부터 검찰 수사에 협조한 점 △이로 인해 병역면탈자 대부분이 범행을 자백한 점 △뇌전증 병역 판정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점 등을 양형에 유리하게 반영해달라고 요청했다. 변호인은 “뇌전증을 호소해 약물치료를 받으면 실제 환자가 아니더라도 보충역 처분을 받거나 면제될 소지가 있다”며 “처벌이 아닌 객관적 기준을 정립해 병역면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날 공소사실 낭독을 통해 범행 경위를 보다 자세히 밝혔다. 2020년 6월 구씨가 만든 인터넷 병역 상담 카페에서 접촉한 병역면탈자 이모씨는 1,000만 원을 주고 뇌전증 환자 행세를 하는 방법을 제안받았다. 이씨는 구씨의 시나리오에 따라 미국에 살던 중학생 시절 게임을 하다가 고꾸라지며 발작이 시작됐고 진료 기록도 있다고 의사에게 거짓말을 했다. 이후 ‘상세 불명의 뇌전증’ 진단서를 발급받아 병무청에 제출한 그는 그해 10월 재신체 검사 대상인 7급 판정이 나왔다.
구씨는 2020년 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병역 신체검사를 앞둔 의뢰인과 공모, 허위 뇌전증 진단서를 병무청에 제출해 병역을 감면받게 한 혐의(병역법 위반)로 지난달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구씨 공소장에 이씨를 포함한 7명의 병역면탈자도 적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