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의 투자금을 빼돌리고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상화폐 거래소 대표가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 서승렬)는 2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상화폐 거래소 대표 A씨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16년 1월 거래소를 설립한 뒤 고객 예탁금 329억 원을 이체해 자신의 가상화폐 투자금과 생활비 등으로 유용한 혐의(횡령)로 기소됐다. A씨는 141억 원대 비트코인을 고객들에게 돌려막기식으로 지급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도 있다. 해당 거래소는 2019년 기준으로 회원 3만여 명을 보유한 10위권 규모의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였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횡령 혐의에 대해선 "구체적 피해 금액이 특정돼 있지 않다"고 판단했고, 141억 원 배임 혐의에 대해서도 "법적 구성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공소 기각했다.
항소심 판단도 마찬가지였다. 재판부는 "고객들 계좌에 보관된 돈과 회원들이 공유하는 돈의 규모를 확정할 수 없다"며 "공소장에 기재된 횡령 금액이 회원들의 것인지 회사의 것인지 특정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배임 혐의에 대해서도 "A씨의 범죄 행위가 특정되지 않는 이상 회사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이 사건으로 피해가 있었다는 사실은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선고 직후 "법리적인 이유로 무죄와 공소기각 판결이 선고됐지만 많은 피해자와 회복되지 않은 부분들이 있다"며 "법리에 따른 판단을 할 수밖에 없었음을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