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회사 KT가 몽골서 귀한 광물자원 80종 국내에 들여오게 된 사연은

입력
2023.01.2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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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몽골 희토류 등 광물 80종 국내 공급
관계사에 우선 공급 뒤 기타 산업 가교 역할
구현모 대표, 몽골 정부 CTO 위촉
금융·의료·미디어 사업 협력도 확대


KT가 몽골에서 희토류를 비롯한 광물자원 수십 종을 사들여 국내에 공급한다. 특히 KT는 이 자원을 통신장비 협력사 등에 먼저 제공할 계획이다. 이후 국내 주요 기업들과 몽골의 광물 자원 판매처를 직접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까지 해내겠다는 포부다.


통신사 KT는 왜 광물자원을 사 올까



KT는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몽골 정부와 전략적 협력 체결 행사를 열고 몽골의 광물자원을 국내에 공급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26일 밝혔다. 반도체·전기차·비료 등의 원료로 쓰는 희토류를 포함해 구리, 금, 철 , 아연 등 80종이 그 대상이다. 몽골은 전 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16%를 보유하고 있고 구리와 형석 매장량은 각각 세계 2위, 3위다. 이날 행사에는 구현모 KT대표와 함께 어용에르덴 롭산남스랴 몽골 총리가 참석해 무게감을 더했다.

KT는 최근 디지털플랫폼기업(디지코·DIGICO)을 미래 비전으로 내세우며 콘텐츠, 인공지능(AI), 금융 사업 등 영역 넓히기에 힘을 쏟고 있다. 가입자 확대가 한계에 이른 통신 사업에 벗어나 새 먹거리를 찾기 위한 선택이다. 그런 KT에도 '광물자원'은 낯설다. 광물자원 대부분은 제조업 재료로 쓰이기 때문에 '디지털'과 '통신'이 대표하는 KT와 관련성이 낮아 보인다.

대체 KT는 왜 몽골 광물자원을 매입해 국내에 공급하는 걸까. 우선 KT는 ①광물자원 공급이 KT의 다양한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셋톱박스, 중계기, 기지국 등 통신장비 제조 협력사들에 희토류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실제 국내 반도체 기업 등은 최근 희토류 수입에 차질이 생기면서 생산 일정에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KT는 ②광물을 필요로 하는 국내 기업들과 몽골의 광물 공급처를 잇는 다리 역할을 통해 산업계에서 입지를 넓혀간다는 포부다. 특히 미래 산업인 재생에너지, 전기제품, 자동차 부품 분야 기업들이 경쟁력을 키우는 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국내 지역 상공회의소 등을 통해 몽골 광물을 필요로 하는 곳에 효과적으로 연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며 "KT가 믿을 수 있는 기업이라는 점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몽골 광물자원 판로에 도움을 주면서 ③중앙아시아 시장에서 역할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KT는 지난해부터 몽골의 국가개발 전략인 '신부흥정책'에 발걸음을 맞추고 있다. 이는 몽골 산업의 디지털화가 핵심으로, KT는 금융, 미디어, 의료 등 모든 분야에서 몽골 정부와 협력하고 있다.

구 대표가 이날 몽골 최고기술경영자(CTO)에 뽑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구 대표는 몽골에 KT의 디지털플랫폼 전략 노하우를 조언할 계획이다. KT 관계자는 "구 대표의 몽골 CTO 활동은 민간외교관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몽골과의 특수한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중앙아시아 전체 시장에서 KT의 인지도를 키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의료·미디어 몽골 사업도 확대



한편 이날 KT는 몽골 정부와 금융·의료·미디어 사업 관련 MOU도 체결했다. KT계열사인 BC카드는 몽골 중앙은행과 카드결제 연동 및 결제시스템 개선 협약을 맺었다. 한국의 BC카드 결제 단말기 및 현금자동인출기(ATM)에서 몽골 중앙은행의 티카드(T-Card)를 쓸 수 있게 된다.

또 몽골에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건강검진센터를 마련하고, 문화 교류를 위해 KT스튜디오지니를 중심으로 몽골 관련 예능, 다큐멘터리 콘텐츠를 만들기로 했다. 구 대표는 "디지코 전략의 실천 범위를 넓혔다"며 "국내외 다양한 산업의 발전과 글로벌 성장을 이끌겠다"고 다짐했다.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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