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살 사우디 언론인' 평가 놓고 폼페이오-WP 충돌

입력
2023.01.25 21:30
폼페이오 "카슈끄지, 순교자 아닌 패배 세력 지지 활동가"
WP "회고록 팔기 위한 거짓말"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에 대한 평가를 놓고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과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정면충돌했다. 사우디 정부는 사우디 왕실에 대한 비판 기사를 써온 카슈끄지를 살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폼페이오와 WP의 충돌은 24일(현지시간) 발간된 폼페이오의 회고록 '한 치도 물러서지 말라, 내가 사랑하는 미국을 위한 싸움'(Never Give an Inch, Fighting for the America I Love)에 카슈끄지에 대한 비판 내용이 담긴 것이 발단이 됐다.

폼페이오는 회고록에서 카슈끄지가 사우디 왕실을 용감하게 비판하다 순교한 언론인이 아니라, "왕위 쟁탈에서 패배한 세력을 지지한 활동가였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WP는 이 내용을 문제 삼았다. 카슈끄지는 생전 WP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바 있다. WP는 프레드 라이언 발행인 명의로 낸 성명을 내고, 폼페이오가 "책을 팔아먹기 위한 술책"으로 카슈끄지의 삶과 업적을 깎아내렸다고 직격했다. 이어 "폼페이오는 극악무도한 거짓을 퍼뜨리고 있다"며 "부끄러운 일"이라고도 비판했다.

폼페이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트위터에 "미국민이 더 안전한 것은 우리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왕따 국가'라는 딱지를 붙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나는 언론이 나를 괴롭히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고 맞섰다. 이어 "WP의 비상근 기자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생명이 우리 모두를 보호하는 군인들의 생명보다 더 중요해지는 건 아니다"라고도 강조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임기 초인 2017년 1월부터 2018년 4월까지 CIA 국장을, 그 후부터 트럼프 임기가 끝난 2021년 1월까지 국무장관을 각각 지냈다.

민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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