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안철수 양강 대결로 좁혀진 與 전대…남은 변수는 유승민

입력
2023.01.2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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羅 "전대서 역할 할 공간 없다"...선제적 선긋기
김기현 "羅와 20년간 동고동락...멋진 화합 이루겠다
"안철수 "수도권서 전방 지휘관 나와야...羅와 같은 의견"
친윤 vs 비윤 구도는 약화...'반윤' 유승민 출마 여부가 변수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로 국민의힘 새 당대표 선출을 위한 3·8 전당대회는 일단 김기현·안철수 의원 간 양자 대결로 흐를 가능성이 커졌다. ‘친윤석열계 단일주자’ 이미지를 굳히게 된 김 의원은 당심이 자신에게 쏠릴 것이라 자신한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친윤계가 사실상 팔을 비틀어 나 전 의원을 주저앉힌 데 대한 반발 심리가 작동해 안 의원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나 전 의원을 지지하던 당원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에 더해, ‘반윤’ 색채를 명확히 하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의 출마 여부도 당권의 향배를 가늠할 최대 변수로 꼽힌다.


나경원 “전대서 어떤 역할 할 공간도, 생각도 없다”

나 전 의원은 2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전대 불출마 선언을 하며 “전대에 있어서 어떤 역할을 할 공간은 없다. 어떤 역할을 할 생각은 없다”고 분명히 했다. 특정 당권주자에 대한 지지와 연대 가능성에 대해 선제적으로 선을 그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전 의원을 지지했던 표심의 향방은 전대 판도를 좌우할 핵심 변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안 의원이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YTN·엠브레인퍼블릭이 22, 23일 실시한 차기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김 의원은 25.4%, 안 의원은 22.3%를 얻으며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나 전 의원이 얻은 지지율 16.9%가 어디로 가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여론조사기관 에스티아이 이준호 대표는 “나 전 의원 지지층은 ‘전통적 보수’로 안 의원과는 정서적 거리가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도 “다만 이번 전대에 도입된 결선투표를 가정한 가상 양자대결에서 안 의원이 줄곧 우세를 보여온 만큼 김 의원이 나 전 의원 지지층을 흡수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지 않으면 어려운 싸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金 “羅와 손잡고 화합 이루겠다” 安 “’낯선 당 모습’에 저도 당황“

김·안 의원은 이날 일제히 공감과 연대의 메시지를 내놓으며 나 전 의원 지지층 흡수 경쟁에 나섰다.

김 의원은 ‘대승적 결단’, ‘살신성인’, ‘자기희생’이라고 추켜세우며 “지난 20여 년간 우리 당을 지키고 동고동락해 온 나 전 의원과 손에 손잡고 멋진 화합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출마했다면 당원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주고, 전대에 국민의 관심도 더 모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나 전 의원이 밝힌 ‘낯선 당의 모습’에 저도 당황스럽다. 나 전 의원이 던진 '총선 승리와 당의 화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위로와 공감부터 표했다.

다만 나 전 의원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김 의원은 “지금 단계에서 말씀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며 말을 아꼈다. 반면 안 의원은 “나 전 의원이나 윤상현 의원, 저 같은 경우 수도권에서 전방 지휘관이 나와야 한다는 건 같은 의견”이라며 ‘수도권 연대론’을 재차 강조했다.


與 전대 남은 변수는 유승민 출마 여부

국민의힘 전대가 양강 구도로 재편되면서 유승민 전 의원의 출마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나 전 의원의 불출마로 유 전 의원이 얻을 정치적 득실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다만 전대 출마 여부를 놓고는 “정치적 실익이 없다”, “정치적 존재감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등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현재로선 나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친윤 대 비윤’, ‘친윤 대 반윤’ 구도가 흐려져 당권주자로서 유 전 의원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나 전 의원이 출마했다면 윤심과의 거리를 기준으로 친윤·비윤 구도가 보다 선명해지고 결선투표가 핵심 변수로 작용했을 테지만, 지금은 국정 동력 확보와 총선 승리가 당심의 선택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소장은 이어 “일사불란한 당과 대통령실 관계 구축으로 총선 승리를 견인하느냐(김기현 의원)와 수도권 선거 승리로 총선을 압승으로 이끌어 국정 동력을 확보하느냐(안철수 의원) 사이에서 당원들의 전략적 선택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