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로 국민의힘 새 당대표 선출을 위한 3·8 전당대회는 일단 김기현·안철수 의원 간 양자 대결로 흐를 가능성이 커졌다. ‘친윤석열계 단일주자’ 이미지를 굳히게 된 김 의원은 당심이 자신에게 쏠릴 것이라 자신한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친윤계가 사실상 팔을 비틀어 나 전 의원을 주저앉힌 데 대한 반발 심리가 작동해 안 의원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나 전 의원을 지지하던 당원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에 더해, ‘반윤’ 색채를 명확히 하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의 출마 여부도 당권의 향배를 가늠할 최대 변수로 꼽힌다.
나 전 의원은 2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전대 불출마 선언을 하며 “전대에 있어서 어떤 역할을 할 공간은 없다. 어떤 역할을 할 생각은 없다”고 분명히 했다. 특정 당권주자에 대한 지지와 연대 가능성에 대해 선제적으로 선을 그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전 의원을 지지했던 표심의 향방은 전대 판도를 좌우할 핵심 변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안 의원이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YTN·엠브레인퍼블릭이 22, 23일 실시한 차기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김 의원은 25.4%, 안 의원은 22.3%를 얻으며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나 전 의원이 얻은 지지율 16.9%가 어디로 가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여론조사기관 에스티아이 이준호 대표는 “나 전 의원 지지층은 ‘전통적 보수’로 안 의원과는 정서적 거리가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도 “다만 이번 전대에 도입된 결선투표를 가정한 가상 양자대결에서 안 의원이 줄곧 우세를 보여온 만큼 김 의원이 나 전 의원 지지층을 흡수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지 않으면 어려운 싸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안 의원은 이날 일제히 공감과 연대의 메시지를 내놓으며 나 전 의원 지지층 흡수 경쟁에 나섰다.
김 의원은 ‘대승적 결단’, ‘살신성인’, ‘자기희생’이라고 추켜세우며 “지난 20여 년간 우리 당을 지키고 동고동락해 온 나 전 의원과 손에 손잡고 멋진 화합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출마했다면 당원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주고, 전대에 국민의 관심도 더 모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나 전 의원이 밝힌 ‘낯선 당의 모습’에 저도 당황스럽다. 나 전 의원이 던진 '총선 승리와 당의 화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위로와 공감부터 표했다.
다만 나 전 의원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김 의원은 “지금 단계에서 말씀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며 말을 아꼈다. 반면 안 의원은 “나 전 의원이나 윤상현 의원, 저 같은 경우 수도권에서 전방 지휘관이 나와야 한다는 건 같은 의견”이라며 ‘수도권 연대론’을 재차 강조했다.
국민의힘 전대가 양강 구도로 재편되면서 유승민 전 의원의 출마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나 전 의원의 불출마로 유 전 의원이 얻을 정치적 득실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다만 전대 출마 여부를 놓고는 “정치적 실익이 없다”, “정치적 존재감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등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현재로선 나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친윤 대 비윤’, ‘친윤 대 반윤’ 구도가 흐려져 당권주자로서 유 전 의원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나 전 의원이 출마했다면 윤심과의 거리를 기준으로 친윤·비윤 구도가 보다 선명해지고 결선투표가 핵심 변수로 작용했을 테지만, 지금은 국정 동력 확보와 총선 승리가 당심의 선택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소장은 이어 “일사불란한 당과 대통령실 관계 구축으로 총선 승리를 견인하느냐(김기현 의원)와 수도권 선거 승리로 총선을 압승으로 이끌어 국정 동력을 확보하느냐(안철수 의원) 사이에서 당원들의 전략적 선택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