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처조카와 함께 논문을 작성한 의과대 교수의 연구부정 의혹에 대해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으로 확인됐다. 연세대 의과대 소속의 이모 교수는 한 장관의 처조카인 최모씨가 고등학생일 때 함께 의학 논문을 작성해 학술지에 게재됐다. 그러나 이 학술지는 돈만 내면 실을 수 있는 '약탈적 학술지'로 드러났고, 해당 논문의 질적 수준과 연구실험 진위 여부에 대해 각종 의혹이 제기됐다. 최씨는 현재 미국 아이비리그(미국 동부 유명 사립대 8곳) 소속 펜실베이니아대 치과대학에 재학 중으로, 한 장관 자녀와 ‘스펙 공동체’로 함께 활동했다는 의혹의 중심에 있다.
25일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연세대는 이날 의과대학 이 교수의 연구부정 의혹에 대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연구윤리위) 본조사 결과를 제보자에 통보했다. 연세대 윤리위는 △제1저자 부당 표시 △교신저자 부당 표시 △부실학술지 게재 등 제기된 의혹에 대해 모두 '해당 없음' 결론을 냈다. 미국 한인 학부모단체인 ‘미주맘’은 지난해 5월 연세대에 관련 의혹을 제보했고, 연세대는 예비조사를 거쳐 지난해 8월부터 약 4개월간 본조사를 실시했다.
논란이 된 논문은 2019년 ‘생명의학 과학기술 저널’(Biomedical Journal of Scientific & Technical Research)에 게재된 의학논문으로, ‘점성이 높은 유산균(연쇄상구균 살리바리우스)을 경구용 의약품으로 넣기 위한 최적화 방법에 대한 실험’(Encapsulation of Streptococcus Salivarius in Double Emulsion Droplets as a Method for Increasing the Efficacy of Oral Topical Medications)이 논문 주제였다. 이 논문은 실험을 토대로 한 과학논문이지만 △통계 데이터 부실 △표준편차를 표기하는 오차막대(error bar)와 도표 Y축 누락 △실험 출처 불분명 등의 문제가 제기됐다.
한 장관 처조카인 최씨가 고교 시절 작성해 제1저자에 이름을 올렸고, 당시 미국 스탠퍼드대학 방문교수였던 이 교수가 연구책임자인 '교신저자'로 등록됐다. 그러나 이 교수는 해당 논문을 자신의 연구성과 페이지와 저자 고유 식별번호 시스템(ORCID)에선 누락시켰다. 논문이 자신의 연구성과에서 드러나지 않도록 한 셈이다.
연세대 윤리위는 최씨가 논문 작성에 중요한 기여를 했기 때문에 '제1저자 부당 표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논문에 사용된 그래프에는 Y축이 누락돼 있고, 반복 실험 없이 통계를 내는 등 오류가 있었지만, 윤리위는 오히려 논문이 부실한 것이 고교생이 제1저자라는 근거로 해석했다. 교신저자 부당 표시 문제에 대해선 “이 교수는 실험 자체를 전반적으로 설계하진 않아 교신저자로서의 역할에 의문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구글독(google doc)을 통해 논문 작성을 지도했고 논문 투고 및 저널과의 소통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교신저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약탈적 학술지 게재와 관련해선 “해당 저널이 부실 학술지라는 강한 의심이 들지만, 게재 당시 ‘부실 학술지 목록’에 등록되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윤리위는 다만, 이 교수의 학술활동에 대해선 '주의' 의견을 내놨다. 윤리위는 “친인척 미성년자가 제1저자이며, 내용상으로도 허술한 논문의 교신저자로서 이름을 올리고, 부실학술 의혹을 받는 저널에 논문을 게재하였는 바, 피조사자는 연구의 수월성을 추구해야 하는 연구자로서의 책임을 다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적었다. 연세대는 2018년 미성년 공저자 논문이 논란이 되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전체 교원에게 수차례 주의를 당부하는 안내 공문을 발송했다.
이 교수에 대한 대학 측의 최종 결론은 이의신청 기간 뒤 확정된다. 윤리위가 내린 결론은 교원인사위로 통보되며, 이후 징계 여부가 결정된다. 다만 이 교수에 대한 징계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차 조사기관인 윤리위에서 사실상 ‘학술활동 주의’ 정도의 혐의 없음 결론을 냈기 때문이다.
연세대 관계자는 “교원인사위에서 연구윤리위 본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 번 더 판단을 거친다”면서도 “‘주의’는 경징계보다 낮은 수준으로 사실상 징계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교원인사위에서도 연구윤리위 본조사와 다르지 않은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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