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 간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당 지지층 대상 여론조사에서 1, 2위를 달리고 있는 만큼 상대를 견제하기 위한 날 선 발언을 쏟아내면서다. 대중적 인지도가 약점인 김 의원은 여론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이슈로 고공전을, 대중적 인지도가 강점인 안 의원은 세밀한 정책 분야에 집중하는 저공비행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오찬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대 등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자신의 슬로건인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을 강조하기 위해 메뉴도 연포탕을 택했다.
이 자리에서 안 의원을 향한 견제구를 빼놓지 않았다. 김 의원은 당대표 선출 시 차기 공천 방향에 대한 질문에 "당에 대한 헌신을 평가해야 한다"며 "대선 행보를 계속하는 사람이 당대표가 되면 정치적 빚을 갚으려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연포탕' 구호를 강조하며 "당을 하나로 묶어내겠다. '철새 정치', '여기 기웃 저기 기웃' 정치인의 삶을 살아오지 않아서 그렇게 말할 충분한 자격 있다"고도 했다. 세 번의 대선에 도전한 이력에다 지난해 5월 합당을 통해 입당한 안 의원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같은 시간 여의도 한 식당에서 탈북민 오찬 간담회를 가진 안 의원도 김 의원에 대한 견제구를 던졌다. 그는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연포탕을 외치다 갑자기 진흙탕을 외치니까 당혹스럽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이 전날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다른 당권주자들에 대해 "부잣집 자식이거나 사위"라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상대는 같은 흙수저 출신인 제가 돼야 한다"고 말한 것을 비꼰 것이다. 안 의원은 '김장(김기현·장제원)연대'를 거듭 언급하며 "상황, 전략에 따라 이야기가 바뀌는 건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사람은 선거전략에선 상이한 접근을 하고 있다. 김 의원은 대중의 반응이 큰 이슈 선점에 나섰다. 연휴 기간 여성도 기본 군사교육을 받도록 하는 '민방위기본법 개정안'을 언급해 논란이 일었다. 찬반을 떠나 젊은 층인 20대 남녀의 반응도가 높은 이슈를 통해 약점으로 꼽히는 인지도를 높이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당내에서도 통합을 상징하는 '연포탕' 기조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왔다. 당권주자인 윤상현 의원은 "정치적인 표현으로 비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민방위 훈련에 대해 남녀를 이렇게 분리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글로벌 공급망 문제를 중심으로 외교안보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날 탈북민 간담회에 앞서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만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통적인 보수 유권자들이 민감해하는 북한과 외교안보 분야를 다루면서 김 의원에 비해 약점으로 꼽히는 당심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