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장 불법행위를 수사 중인 경찰이 19일 양대 노총 건설노조 등 노조 사무실 14곳과 노조 관계자 자택 등 총 20곳에 대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에 앞서 국토교통부는 전국 민간 건설 현장 1,494곳에서 2,000여 건의 불법행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드러난 건설노조의 불법행위는 충격적이다. 하도급 업체는 건설노조 조합원인 타워크레인 기사에게 급여 외에 별도로 매달 수백만 원의 월례비를 지급했다. 또 공사장마다 여러 노조가 각각 노조전임비 지급을 강요했다. 장비 사용·채용 강요, 운송 거부 등도 적지 않았다. 이렇게 받은 뒷돈은 확인된 것만 18개 업체에서 최근 3년간 1,686억 원에 달한다.
건설노조에 유독 뒷돈이 많은 것은 ‘공사 기간’이 이윤의 관건이 되는 건설업의 특성 때문이다. 노조는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온갖 핑계로 공기를 지연시켜왔다. 공사 지연은 329개 현장에서 벌어졌으며 120일까지 늦어진 사례도 있었다. 뒷돈이 관행이 되자 전국단위 노조도 우후죽순으로 늘어나 한 공사장에 10개 노조가 각각 상납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건설노조의 불법과 탈법은 공사 지연, 부실시공, 건설비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그 피해가 아파트 입주자, 신설 학교 학생 등 국민에게 돌아간다.
만연한 건설노조 불법에 대해 사법당국은 철저히 규명하고, 국토부는 재발 방지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소속 건설노조는 “정권과 건설업계가 합심해 기획한 공안탄압”이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여론조사에 나타난 다수 민심은 노조를 개혁 대상으로 생각한다. 이번 건설노조 수사를 계기로 노동계는 국민 사이에서 노조 개혁 목소리가 높아진 이유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스스로 개혁하는 노력부터 보여줘야 한다. 이를 통해 건설 현장 일용직 등 약자부터 보호하는 노조 본연의 기능을 되찾아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