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극우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스라엘 연립정부 앞에 빨간불이 켜졌다. 대법원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연정의 핵심이었던 장관을 해임하라고 명령해, 연정 구성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사법 개혁으로 '법원 힘 빼기'를 노리던 네타냐후 총리는 사법부 반격에 대처하면서도, 연정 붕괴를 막아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됐다.
미 CNN방송 등은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대법원이 지난해 초 탈세 혐의로 집행유예를 받은 아리예 데리 내무부 및 보건부 장관을 해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전했다. 데리 장관은 2002년 뇌물수수 혐의로 복역한 데 이어 2022년엔 탈세 혐의를 인정했다.
전과자의 입각을 7년간 금지하는 이스라엘법에 따르면 그는 장관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의회(120석) 과반을 위해 샤스당(11석)이 절실했던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달 법을 고치며 당수인 데리 장관과 손을 잡았다. 수혜자의 이름을 따 '데리법'으로도 불리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징역형이 아니라면 전과자의 각료 임명을 허용한다.
법원의 결정은 네타냐후 정부가 이스라엘 사법 체계의 대대적인 변혁을 예고한 상황에서 나왔다. 이스라엘 정부는 앞서 대법원의 위헌 결정을 의회가 의결로 뒤집을 수 있고, 대법관 임명에 의회 영향력을 강화하는 '사법 개혁안'을 발표했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법원이 유권자의 뜻에 반해 너무 많은 권력을 휘두른다는 취지였다. 샤스당이 이날 "정치적 결정"이라면서 "이스라엘 사회의 지나치게 많은 부분이 법원에 좌우된다"라고 비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장관 해임'이라는 법원의 반격을 받은 네타냐후 총리는 원래 목표인 사법 개혁보다 우선 '연정 붕괴'를 막아야 할 처지에 몰렸다. 샤스당원인 야코프 마르기 노동사회부 장관은 "데리가 정부에 없다면 정부도 없다"라고 선언하며 연정 이탈 가능성까지 내비쳤기 때문이다. 이에 네타냐후 총리는 판결 후 직접 데리 장관의 집을 찾아가는 등 지지자 달래기에 나섰다.
사법 개혁에 반대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번지는 것도 네타냐후 총리에게는 불리한 상황이다. 시위대는 정부가 극우 정책 확대를 위해 법원의 감시 기능을 약화하려 한다고 보고 있다. 부패 혐의로 수사를 받는 네타냐후 본인의 구명을 위한 '꼼수'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스라엘 현지 언론은 정부가 일단 법원의 결정을 존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데리 장관이 일단 그만두되 내각에는 머무르게 할 묘수를 고민 중"이라고 채널12는 전했다. 이스라엘 민주주의연구소의 아미르 푹스 선임연구원도 "네타냐후 총리는 법원의 판결을 따르겠지만 사법부를 존중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해임 후 신속하게 장관 재임명이 가능하게 하는 입법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가 이 과정에서 법원에 대한 '재반격'의 의미로 사법 개혁을 가속할 가능성도 있다. 연정 단속만 된다면, 의회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법안 처리에 큰 무리는 없다. 개혁안을 마련한 야리브 레빈 법무부 장관은 "국민의 표를 짓밟은 법원의 부당한 조처를 뜯어고치려 물불을 가리지 않겠다"라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