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쿠데타 군부가 갈수록 악화되는 전황에 크게 당황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심지어 군 내부에선 "각개전투를 벌이던 무장 저항 세력들이 힘을 합치고 있어 앞으로 이들을 완전히 진압하긴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왔다.
군부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도청·해킹 등 불법적인 수단을 총동원할 방침이다. 그러나 현지 민주 세력들의 결집 및 저항 수위 역시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군부의 희망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얘기다.
19일 이라와디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지난달 미얀마 군부는 군 수뇌부와 내무·국경부 장관 등 정권 핵심 요직 50여 명이 참석한 '중앙테러위원회'를 개최했다. 그동안 군정은 중앙테러위를 철저한 보안 속에 진행해 왔다. '테러집단'으로 규정된 반군부 민주세력에 대한 군부의 판단과 토벌 계획 등이 노출될 수 있어서다.
그런데 최근 현지 온라인매체 '킷팃미디어'가 지난달 중앙테러위 회의록 일부를 입수해 이를 공개해, 군부의 속내가 드러났다.
회의록에 따르면 민주 세력을 바라보는 군부의 속마음은 '당황' 그 자체였다. 군정 내무장관은 "시민방위군 등 저항 세력이 소총을 이용한 게릴라 전술에서 최근 107㎜ 로켓포까지 사용하는 대규모 전투부대로 진화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어 그는 "올해 저항 세력의 공세는 더 거세질 것이고 정부군이 큰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라고도 우려했다.
소수민족 반군과 대치 중인 국경부 장관의 전황 전망은 더 암울했다. 그는 "카친독립군(KIA)이 사가잉·마궤주(州)와 만달레이 저항군에 무기를 공급하기 시작했다"며 "카렌주의 카렌민족연합(KNU), 라카인주의 아라칸군(AA) 등을 진압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고 토로했다. 쿠데타 이전 서로를 견제하던 소수민족 반군들이 군부라는 공통의 적 앞에 연합전선을 구축한 이상, 정부군이 단기간에 전세를 뒤집긴 쉽지 않다는 취지다.
궁지에 몰린 군정이 기껏 내놓은 대응책은 '도청·해킹 강화'에 불과했다. 정보전 담당 군 수뇌부는 "저항 세력의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예산이 책정됐으나 시민들이 참여를 꺼려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저항 세력 전화를 도청하고 그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해킹하기 위해 별도로 군 정보부 산하 전담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민주 세력은 더 강경한 저항을 예고했다. 현재 이들은 군부가 강행하려는 올해 8월 총선을 저지하기 위해 조직을 총동원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9일 유권자 명부 작성에 나선 타닌타리 경찰 1명이 지하 반군에 의해 사살됐으며, 12일엔 몬주 공무원 3명, 15일엔 만달레이 공무원 1명이 같은 이유로 저격당했다.
민주 세력의 중심축인 국민통합정부(NUG)의 두와 라시 라 대통령 권한대행은 전날 "군정의 총선 실시에 협조하는 공무원들은 앞으로도 혹독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며 "시민들은 선거를 진행하려는 군정 관리들한테서 멀리 떨어져 있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