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과 경찰이 18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 4명의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서울, 전남, 제주에서 동시다발로 진행된 압수수색 장소엔 서울의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과 민주노총 산하 보건의료노조 사무실이 포함됐다. 방첩당국은 이들이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을 접선하고 국내에서 친북 활동을 했다고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수사는 국정원 주도로 경남 창원, 제주, 전북 전주에서 이뤄지고 있는 북한 연계 지하조직 의혹 수사와는 별개다. 정치권 출신을 포함한 시민단체 인사 위주였던 간첩단 수사 대상이 노동계로 본격 전환된 모양새다. 해당 사건 역시 다른 사건들과 마찬가지로 국정원이 수년 전 혐의를 인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의 방첩수사가 전국적으로 강도 높게 진행되다 보니 보수진영 일각에선 "1992년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 이래 최대 간첩 사건"이라고 단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의혹만 놓고 보면 수사 양상이 다소 과장스럽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혐의 가운데 다수를 차지하는 반정부 활동은 진보 성향 단체의 통상적 활동과 잘 구분되지 않는다. 그렇게 중대한 간첩 사건이라면 왜 5~10년을 수사 없이 묵혔는지도 의문이다. 수사에 실속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당국이 간첩단 총책으로 의심하는 창원 조직의 경우 혐의를 받고 있는 4명 가운데 구속은커녕 조사 통보를 받은 사람도 아직 없다고 한다. 이 조직이 지역 방산업체를 대거 해킹한 혐의로도 수사받고 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달랐다.
북한 지령을 받고 암약하는 반국가 세력이 있다면 반드시 척결해야 한다. 다만 수사 과정에서 사건 실체를 투명하게 밝혀 과도한 불안을 조성하지 말아야 한다. 정치적 계산이나 조직 이기주의가 개입해선 더더욱 안 될 일이다. 이번 수사를 두고 정부의 '노조 적대시' 정책에 공안수사가 동원되고 있다거나, 국정원이 내년부터 경찰로 이관되는 대공수사권을 지키려 한다는 의심이 제기되는 현실을 정부 당국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