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신용위험 19년 전 수준 악화... 중기, 부실 징후 '빨간불'

입력
2023.01.18 16:00
한은 "가계·기업 대출 규제 풀리며
1분기 은행 대출태도는 완화할 것"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국내 은행이 체감하는 가계의 신용위험이 19년 만에 최악의 수준을 나타냈다. 중소기업의 부실 징후도 두드러졌다.

1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4분기 대출 행태 서베이'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내 은행에서 대출받은 가계의 신용위험지수는 전분기 대비 6포인트 증가한 39로 집계됐다. 팬데믹 때인 2020년을 제외하면 2003년 3분기(44) 이후 최고치다.

가계 대출 부실 위험은 2021년 3분기 6을 기록한 이후 점진적으로 상승했다. 가계대출 금리가 급등하면서 이자 부담이 늘어났고, 일부 취약차주는 재무건전성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신용위험지수(39)는 전분기 대비 14포인트 상승했다. 코로나19 때를 제외하면 2009년 2분기(41)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았다. 대출금리 상승에 대내외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까지 겹쳐, 중소기업의 수익성과 채무 상환 능력이 크게 떨어진 탓이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2년 정기 신용위험평가'에서도 부실 징후 기업 185개사 중 183곳이 중소기업이었다.

한은은 올해 1분기 가계와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지수가 각각 44, 42로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럼에도 국내 은행은 가계와 기업 모두에 대출 빗장을 풀 것으로 예상했다. 1분기 국내 은행의 가계주택 대출태도지수 전망치는 28, 중소기업은 11이다. 지난해 4분기 대비 각각 9포인트, 5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숫자가 증가할수록 대출태도가 완화됨을 뜻한다.

가계의 경우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 금지를 해제하는 등 정부가 대출 규제를 완화했고, 고금리로 가계대출이 둔화한 만큼 금융기관 간 대출 유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란 설명이다. 기업대출 역시 예대율 규제가 풀리면서 대출 태도가 완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예대율은 예금잔액 대비 대출잔액의 비율로, 금융당국은 각 은행이 조달한 금액을 초과해 대출을 취급하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1월 15일부터 12월 9일까지 국내 204개 금융기관 여신업무 총괄담당 책임자 대상으로 진행했다.

윤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