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도 일할 사람 없어요"…중소기업들, 평균 5.4명 외국인 노동자 추가 고용 원해

입력
2023.01.19 09:00
중기중앙회 '외국인력 고용 관련 종합애로 실태조사'
외국인 고용 국내 중소제조업체 1000개사 대상 실시
중기 90% "내국인 직원 못 구해 외국인 노동자 채용"


# 경남 밀양시에 있는 금속열처리업체 삼흥열처리는 주간과 야간 각각 15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해 공장을 돌리고 있다. 전체 직원이 150명 규모인 이곳 기업 또한 여느 중소기업과 마찬가지로 인력난에 시달리는 탓이다. 주보원 회장은 18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1년 내내 공고를 내도 내국인 1, 2명 지원할까 말까"라며 "외국인 노동자는 숙련도가 떨어지는데도 내국인과 비슷하게 급여를 주고 숙식비까지 부담해야 하는 탓에 인력 회사에서 매일 30명씩 뽑아 인력을 보내준다"고 말했다.


"외국인 노동자 도입 규모 확대해야"


국내 중소기업 10곳 중 9곳은 내국인 노동자를 구하지 못해 외국인을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소기업 1곳당 평균 5.4명의 외국인 노동자 추가 고용을 희망하는 등 인력난을 호소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해 11월 9∼25일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국내 중소제조업체 1,0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외국인력 고용 관련 종합 애로 실태조사' 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조사 결과 중소기업들이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이유로 '내국인 구인 애로'를 꼽은 비율은 90.6%로 가장 많았다. 2020년(74.2%)과 지난해(75.7%) 조사에 비해 약 14.9%포인트(p) 급등한 것이다.

지난해 9월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 정부가 개별 기업의 외국인 노동자 고용 한도를 확대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의견이 50.4%로 절반 이상이었다. 모자란 인력은 평균 5.4명으로 조사됐다.

고용 초기(3개월 미만) 외국인 노동자 생산성은 동일 조건의 내국인 근로자 대비 53.8%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3~6개월 67.5% △6개월~1년 80.3% △1~2년 87.2% △2~3년 90.3% △3년 이상 93% 등 근속기간이 길어질수록 내국인 노동자와 비등한 수준까지 생산성이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당한 사업장 변경 요구 해결해야"


문제는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장기근속이 보장되지 않은 채 너무 자주 일할 곳을 바꾼다는 점이다. 현행 고용허가제에서 제도 개선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사업장 변경 횟수 제한 등 '불성실 외국인력에 대한 제재 장치 마련(30.1%)'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외국인 근로자 생산성을 감안한 임금 적용 체계 마련'(21.5%), '외국인 근로자 체류 기간 연장'(14.3%) 등 순이었다.

서병문 (주)비엠금속 대표이사는 "인력 소개 브로커가 수수료를 받고 사업장을 옮기도록 종용해 사업장을 바꾸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최소 2년은 배워야 생산성이 오르지만 몇 개월 만에 다른 곳으로 가버리는 통에 인력난이 해소되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용허가제는 국내에서 인력을 구하지 못한 중소기업이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 외국 인력을 뽑아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2004년 도입됐다.

외국인 근로자의 체류 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81.0%에 달했다. 또 응답 기업의 62.9%는 3년 이상 추가 연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명로 중기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연간도입 규모 확대 등 탄력적 제도 운영이 필요하다"며 "부당하게 사업장 변경을 요구하는 근로자들에 대한 불이익 조치 등 균형 있는 정책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나주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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