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마저 슈퍼리치의 배를 불렸다..."1%가 창출된 부 63% 독식"

입력
2023.01.16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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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팜, 16일 다보스포럼 맞아 보고서 발표
'침체기' 팬데믹 기간에도 '빈익빈 부익부' 여전
물가 상승·세금 제도가 1% '슈퍼리치' 배불렸다

지난 2년(2020~2021)의 팬데믹 기간 새로 창출된 부(富)의 63%가 상위 1%인 ‘슈퍼리치(초고액 자산가)’에게 돌아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들이 차지한 금액은 나머지 99%에게 돌아간 금액의 2배에 가까웠다.

반면 전 세계 17억 노동자의 임금 상승률은 물가 상승률에 못 미치는 등 서민의 삶은 더 어려워졌다. 팬데믹을 거치며 부의 양극화가 극단적인 수준에 도달했다는 뜻이다.

팬데믹 기간, 심화된 '빈익빈 부익부'...그 이유는?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Oxfam)’은 다보스포럼 개막일인 16일(현지시간) ‘슈퍼리치의 생존(Survival of Richest)’ 보고서를 통해 “부의 축적과 빈곤율이 25년 만에 최초로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며 심화된 불평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옥스팜 분석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전 세계에서 42조 달러의 새로운 부가 창출됐고 이 중 26조 달러(63%)가 세계 상위 1% 슈퍼리치에게 돌아갔다. 나머지 99%의 몫은 16조 달러에 불과했다. 특히 하위 90%가 새로 창출된 부에서 1달러를 벌기 위해 힘쓰는 시간에 상위 1% 억만장자의 재산은 약 170만 달러씩 늘었다.

부자들의 재산은 지난해 식품·에너지 산업의 수익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급증했다. 지난해 식품·에너지 비용이 훌쩍 뛰면서 해당 업종 기업 95곳은 전년의 2배를 넘는 이익을 거뒀다. 이들이 부유한 주주들에게 나눠 준 추가이익에 대한 배당만 2,570억 달러(약 317조2,408억 원)에 달한다.

미국과 영국, 호주에서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해당 기업들에 집중된 과도한 이익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약자에게 치명적이었던 식량·에너지 위기가 최상위층에게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다 준 것이다.

하지만 억만장자들의 재산이 이처럼 급증하는 동안 노동자와 서민의 생활은 더 어려워졌다. 전 세계 노동자 17억 명의 지난 한 해 임금 상승률은 물가 상승률에 미치지 못해 향후 식품·난방비조차 감당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세계 인구 10명 중 한 명꼴인 8억2,000만 명 이상은 굶주림에 시달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옥스팜은 코로나19로 인한 △보건 △고용 △고립 등 사회문제에 경제위기가 겹쳐 서민과 노동자층에 더 큰 타격을 줬다고 분석했다. 세계은행(WB)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불평등과 빈곤이 가장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우려했다.


"'슈퍼리치' 세금 제도 개편해 불평등 잡자"


슈퍼리치에 관대한 세금 제도도 극단적 양극화에 기여했다. 최상위층 소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자본소득의 평균 세율(18%)은 근로소득 세율 반토막 수준이고, 억만장자의 절반은 자녀에 대한 상속세가 없는 국가에 산다. 부의 증식과 세습이 용이한 구조다. 일부 선진국은 팬데믹 기간 누진세(소득이 커질수록 높은 세율을 적용하도록 정한 세금)를 면제해주기도 했다.

결국 이들에 대한 증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옥스팜은 불평등 해소를 위해 △팬데믹 위기로 얻은 막대한 이익에 대한 일회성 부유세·횡재세 도입 △상위 1% 부유층의 자본소득에 60% 소득세 적용 △상위 1% 부유세를 통한 슈퍼리치 수와 재산 축소 등을 각국 정부에 요구했다.

가브리엘라 부커 옥스팜인터내셔널 총재는 "억만장자들이 더 똑똑하거나 일을 더 열심히 해서 재산이 늘어난 것이 아니다"며 "코로나19와 에너지, 식품가격 상승으로 '횡재'를 한 이들에 대한 증세로 자금을 확보해 위기 계층을 도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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