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세정 핵심기술 중국에 유출한 연구원 등 5명 재판에

입력
2023.01.16 16:30
세메스 전 연구원 '초임계 세정장비' 기술 유출 
전세계 두 번째 개발한 기술정보까지 빼내 공유

국가핵심기술인 반도체 세정장비 제조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중소기업 연구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유출된 기술은 세메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초임계 반도체 세정장비’로, 양산에도 성공해 국내 반도체 회사에 독점 납품하는 장비다.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부장 박진성)는 16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세메스 전 연구원 A(47)씨 등 2명과 기술 유출 브로커 B씨, 세메스 협력사 대표 C씨 등 4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세메스 협력사 직원 1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16년 세메스를 퇴직한 A씨는 2019년 회사를 설립한 뒤, 2021년 6월 세메스 협력사 대표 C씨로부터 세메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 및 양산에 성공한 ‘초임계 반도체 세정장비’ 핵심 도면을 부정 취득한 뒤, 브로커 B씨를 통해 중국에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C씨는 초임계 도면을 넘겨주는 대가로 A씨로부터 38억 원의 투자금을 받았고, 브로커 B씨는 16억 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초임계(액체와 기체를 구분할 수 없는 상태)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반도체 기판을 세정하는 해당 장비는 기판 손상을 최소화하는 차세대 기술로 평가받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정한 국가핵심기술로, 세메스는 국내 1위 반도체 세정장비 업체다. 세메스 측은 초임계 기술개발을 위해 350억 원을 투자했으며, 이번 기술유출로 거래처 수주가 10%만 낮아져도 400억 원 이상의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A씨는 지난해 9월에도 중국 민간 반도체 업체에 초임계 세정장비 10대(대당 248억 원)를 납품한 뒤 기술을 이전하기로 협약했지만,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납품은 무산됐다.

A씨는 2021년 5~7월 세메스가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개발한 '매엽식 인산 세정장비' 기술 정보를 자신의 회사 직원들에게 누설한 혐의도 있다. 인산 세정장비는 인산 약액을 이용해 반도체 웨이퍼를 한 개씩 세정하는 장비다. A씨는 2019년 7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공금 27억 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범죄 수익을 환수하기 위해 A씨의 업체 공장에 있던 습식 반도체 세정장비 본체 6세트와 예금 채권, 부동산 등을 가압류해 535억 원 상당을 보전조치했다.

박진성 부장검사는 “건전한 기술 개발 풍토와 공정한 시장 경쟁 질서를 해치는 산업기술 및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엄단할 것”이라며 “재발방지를 위해 범죄수익을 끝까지 추적해 환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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