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직장동료를 감금해 낮에는 아이를 돌보게 하고, 밤에는 성매매를 시켜 수억 원을 가로챈 인면수심의 40대 부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피해자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친한 후배와 강제결혼까지 시켜 감시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중부경찰서는 성매매 알선과 감금, 폭행 등 혐의로 A(41)씨를 구속하고, 공범인 A씨 남편 B(41)씨와 이들의 후배이자 피해자 C씨의 남편 D(38)씨를 불구속 상태로 입건했다고 16일 밝혔다. A씨 부부는 2019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3년간 C씨에게 2,000여 차례 성매매를 시키고, 5억여 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부부는 C씨를 하루 종일 노예처럼 부렸다.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는 이들은 집을 비운 낮 시간에는 피해자에게 자신들의 자녀를 보살피게 했다. 밤이 되면 성매매를 강요하며 밖으로 내몰았다. 하루 최소 80만 원의 할당량을 정해놓고 C씨가 이를 채우지 못할 경우 이튿날 모자란 돈에 이자를 더해 할당 금액을 더 높였다.
또 성매매 시간과 대가는 실시간 보고하게 하고, 보고가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사람을 붙였으니 딴생각하지 말라”면서 협박을 일삼았다. 육체적 학대도 서슴지 않았다. C씨가 부부의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할 때마다 찬물이 담긴 욕조에 알몸 상태로 들어가 있게 하거나 주먹과 발은 물론 죽도, 의자 등 각종 집기를 동원해 마구 폭행했다.
피해자가 폭행 후유증에 시달려도 성매매는 멈추지 않았다. 부부는 화장품과 선글라스 등으로 상처를 가리게 하고 바로 성매매를 강요했다. 일부 성매수 남성은 C씨의 몸에 난 상처를 보고 도망가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덜미가 잡힌 것도 한 성매수 남성이 경찰에 신고하면서다.
조사 결과, A씨와 C씨는 과거 직장동료 사이였다. 피해자가 급여 등 금전관리에 어려움을 토로하자, 대신 관리해주겠다고 꾀어 자신 소유의 원룸으로 이사하게 한 뒤 B씨와 함께 범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C씨는 생면부지의 남성 D씨와 강제결혼도 해야 했다. 그는 B씨의 직장 후배로 사실상 C씨를 감시하는 역할이었다.
경찰은 A씨 부부가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하는 수법으로 통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조만간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고, 부부의 범죄 수익금은 몰수ㆍ추징보전 조치할 예정이다. 성매수 남성들에 대해선 별도의 특별수사팀을 꾸려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전형적인 가스라이팅 범죄로 판단된다”며 “계좌내역 등을 통해 확인된 500명을 포함, 2,500여 명의 성매수 남성들도 계속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