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당해야 할 소설 쓰기의 무게를 여전히 가늠할 수 없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쓰는 것밖에 없다는 생각만큼은 변함없습니다. 처음 소설을 쓰기로 결심했을 때,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냉소하지 않고 흔들림 없이 쓰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 마음을 잃지 않고 정진하겠습니다." (소설 부문 당선자 전지영)
"(신춘문예 당선) 덕분에 첫 번째 어린이 독자를 만났습니다. 그 어린이 독자가 주인공을 위해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친구의 불안을 허투루 보지 않는 어린이의 따뜻한 마음에 힘입어 용기를 가지고 더 써 보려고 합니다." (동화 부문 당선자 강영란)
2023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이 16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총 4개 부문에 이예진(25·시) 전지영(40·소설) 이경헌(30·희곡) 강영란(50·동화) 당선자가 상금과 상패를 받았다. 심사를 맡았던 김명화 극작가 겸 연극평론가, 김민령 동화작가 겸 아동문학평론가, 심재찬 연출가, 한유주 소설가와 당선자의 가족·지인 등 30여 명이 작가들의 출발을 축하했다.
심사위원을 대표해 축사를 맡은 한유주 소설가는 체코 작가 밀란 쿤데라의 말을 빌려 "새 이론이 증명되면 기존 이론이 파기되는 과학 기술과 달리 문학은 새 작품이 나오더라도 이전 작품이 파기되지 않는다"며 "밤 하늘에 별 하나가 늘어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상자 모두가 오랫동안 좋은 작품을 많이 쓰셔서 우리의 밤 하늘을 점점 더 밝아지게 해주시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이성철 한국일보 사장은 1955년 제정돼 "엄청난 문인들의 등용문" 역할을 해온 한국일보 신춘문예 역사를 돌아보며 이날 주인공들의 승승장구를 기원했다. 또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작가님들, 또 작가지망생들이 노트북 앞에 앉아 혼신의 힘을 다해 한 줄 한 줄 글을 쓰고 계실 것"이라며 "한국일보 신춘문예가 그런 노력을 세상에 알리는 등불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매일 출퇴근 속에 지쳐가던 중 당선 전화를 받았다는 이예진씨는 "기쁘기보다는 오히려 얼떨떨한 기분이 들었다"고 솔직한 감정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시를 쓰게 된 계기는 하찮았지만 계속 쓸 수 있는 힘을 주신 많은 분들이 있어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는 것 같다"면서 "(저의) 시 속에 빛을 잃지 않는 여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희곡 부문에 당선된 이경헌씨는 문학을 통해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 은사에게 감사를 표하며 "무표정한 얼굴을 한 사람의 마음도 지나치지 않는 극작가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상패와 함께 각각 상금 500만 원(소설), 300만 원(시·희곡), 200만 원(동화)이 수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