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질서' 정치인 현수막 질서 찾을까... '전용 게시대' 등장

입력
2023.01.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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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등 내달 1일부터 운용키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던 정치인들의 불법 현수막은 질서를 찾을 수 있을까.

세종시를 비롯한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정치용 게시대’를 내달부터 본격 운용한다. 현수막은 거리 미관을 해치는 대표적 골칫덩어리로 인식됐지만, 정치인들이 내건 현수막은 철거가 쉽지 않아 방치되는 경우가 많았다.

세종시는 정당과 정치 발전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내달 1일부터 ‘정치 현수막 우선 지정게시대(정치용 게시대)’를 운용한다고 15일 밝혔다.

세종시 관계자는 “국회의원은 물론, 시의원과 각 정당이 주요 정책 홍보와 명절 인사, 수능 응원 등 의례적 내용으로 정치용 게시대를 이용할 수 있다”며 “다만 비방이나 욕설 등 법령으로 금지한 내용은 게시가 금지된다”고 말했다.

정치용 게시대는 증가하는 정치 현수막 수요 증가에 따른 것으로, 지난해 행정안전부는 선거철 불법 현수막 민원을 줄이려고 전국 시군구에 설치비로 2,000만 원씩을 지원하고 정치 현수막 우선 게시대를 설치하도록 했다.

정치용 게시대 등장을 두고 시민들 반응은 엇갈린다. 우선 무질서하게 걸려 있던 현수막이 지정된 장소에 모이게 되면 미관상으로 나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가 적지 않다.

지자체에서도 정치용 게시대 설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수도권 지자체 관계자는 "현역 국회의원 현수막은 내용이나 내걸린 장소가 부적절해도 눈치가 보여 철거가 쉽지 않다”며 “현수막이 전용 게시대 안으로 들어가면 거리가 한결 깨끗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가뜩이나 많은 정치 현수막이 더 늘어나게 되면서 게시대 주변이 더 어지러워질 것이란 우려도 만만치 않다. 세종시의 한 시민은 “정치인 현수막은 대부분 자신을 홍보하기 위한 의례적인 것들인데, 지자체에서 현수막을 더 많이 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온라인 등 홍보 수단이 다양해진 만큼, 현수막 게시는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며 "현수막을 걸더라도 시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생활 정보성 내용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종= 정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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