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이 가장 신뢰하는 직업은 간호사, 의사, 약사로 나타났다. 의료직종은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리는 시기에 그 신뢰도가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코로나가 주춤하면서 최근 신뢰수준은 조금 하락했지만 순위로는 여전히 가장 정직하고 윤리적인 직업으로 꼽혔다. 신뢰도가 가장 떨어지는 직업은 텔레마케터, 정치인(연방의회 의원), 자동차판매원 순이었다.
16일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초부터 12월 초까지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18개 부문 직업의 정직성과 윤리성에 대한 인식을 설문조사한 결과, 주요 직업군의 신뢰 우열이 확인됐다. 환자를 직접 대면하는 간호사의 경우, '높은 정직성과 윤리성을 갖고 있는가'라는 물음에 응답자의 79%가 '매우 높다'고 답했다. 또 다른 의료관련 직업인 의사와 약사는 같은 항목에서 각각 62%와 58%로 조사돼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의료관련 직업에 대한 미국인의 신뢰도는 코로나19가 대유행한 2020년(간호사 89%, 의사 77%, 약사 71%)에 역대 최고를 기록했으나, 최근 하락세를 보였다.
미국에서는 간호사가 1999년 조사대상에 포함된 이후 2001년 한 해를 제외하고는 매년 가장 신뢰받는 직업 1위로 꼽히고 있다. 2001년 9·11 테러로 소방관 343명이 희생됐을 때 소방관이 신뢰도 1위를 차지한 적이 있다. 의료 관련자 다음으로 높은 정직성과 윤리성을 갖는 것으로 평가된 직업은 고교 교사(53%), 경찰관(50%), 성직자(34%)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정치 성향에 따라 직업 신뢰도에 큰 차이가 나타났다. 고교 교사에 대한 질문에서, 민주당원이거나 민주당 성향인 사람(73%)은 공화당원이거나 공화당 성향인 사람(37%)보다 높은 정직성과 윤리성을 가지고 있다고 응답했다. 경찰관에 대한 질문에서는 공화당 성향의 응답자(62%)가 민주당 성향의 응답자(38%)보다 훨씬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성직자는 한때 가장 신뢰도 높은 직업 중 하나였지만 무신론자가 점점 늘어나는 사회 변화 속에서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
미국인이 가장 믿지 못하는 직업군은 전화판매원과 연방의회 의원이었다. '정직성과 윤리성이 낮거나 매우 낮다'는 응답 비율이 연방의회 의원은 62%, 전화판매원은 61%로 50%가 넘었다. 자동차판매원(10%), 기업 임원(14%), 광고 실무자(15%), 언론인(23%)도 신뢰도가 '높다' 또는 '매우 높다'는 평가가 25%를 넘지 못했다. 언론인의 경우 민주당 성향 응답자의 긍정 평가 비율(41%)과 공화당 성향 응답자의 격차가 32%포인트에 달해 정파에 따른 견해차가 극심했다.
한편 한국에서는 '소방관'이 가장 신뢰받는 직업으로 꼽힌 바 있다. 2018년 직업취업포털 커리어의 조사에서 소방관(22.2%)이 1위였고, 기술자(13.5%), 교사(12.4%) 순으로 조사됐다. 2015년 같은 기관의 조사에서도 소방관(21.6%)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직업 1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