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00년 2월 미국 미시간주(州) 플린트 외곽 뷰엘초등학교 1학년 교실. 6세 소년이 같은 반에 있던 한 소녀에게 다가가 가슴에 총을 쐈다. 역시 6세에 불과했던 피해자 케일라 롤랜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을 거뒀다. 이 소년은 종종 머무르던 약국에서 신발 상자에 보관된 반자동 권총을 자주 갖고 놀았고, 사건 당일 학교에 총기를 가져갔다.
#2. 그로부터 17년이 지난 2017년 5월 루이지애나주 남부 모스블러프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는 다른 총기 사건이 발생했다. 집 안에 있던 형의 가방에서 몰래 총을 가져온 한 남학생의 가방에서 총이 빠지면서 교실 바닥에 떨어졌다. 한 여학생이 이 권총을 집어 들었을 때 38구경 총알이 발사됐다. 복부에 총을 맞은 게이지 맥키는 피를 흘리며 쓰러졌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맥키의 나이는 겨우 일곱 살이었다.
#3. 텍사스주 휴스턴에선 6세 소년이, 미시간주 시카고에선 8세 소년이 집에서 가져온 총 때문에 학교 안에서 총기 사고의 피해자가 됐다. 1999년 이후만 따져도 33만1,000명 넘는 학생들이 미국 학교에서 총기 폭력을 경험했다.
지난 6일 버지니아주 남부 항구도시 뉴포트뉴스 리치넥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여섯 살 학생의 총격 사건이 미국 사회에 충격을 던졌다. 하지만 이 소년은 초등학교에서 장전된 총으로 대혼란을 일으킨 유일한 어린아이가 아니라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1학년에 재학 중이던 이 학생은 25세 교사가 총기를 압수하려 하자 총을 쐈다. 손과 왼쪽 가슴에 총을 맞은 교사는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학생은 엄마가 구매한 권총을 가방에 넣어 학교에 가져온 것으로 조사됐다. 버지니아 주법은 ‘어린이가 접근할 수 없는 곳에 장전된 총기를 보관해야 한다’고 돼 있지만 유명무실한 조항이라는 지적이 많다.
WP 분석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미국에선 460만 명의 어린이가 장전되고 잠금장치가 해제된 총기를 가진 가정에서 살고 있었다. 미국 23개 주에서 총기 안전 보관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학교로 총기를 가져오는 어린 학생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1999년 이후 미국 초중고(K~12학년)에서 있었던 총격 사건의 69%는 고등학교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최소 11건의 경우 방아쇠를 당긴 사람은 10세를 넘지 않았다. 이 중 9건에서 아이들은 장전된 총을 집에서 가져왔다. 근원적 해결책인 총기 보유 및 휴대 제한은 미국에서 실현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다음 달 13세가 되는 맥키는 네 번의 수술을 견뎌냈지만 여전히 절뚝거리며 걷는다. 통증은 지속되고, 심리 상담에도 참석하지만 때때로 억제할 수 없는 분노와 싸우고 있다. 권총을 잘못 만졌던 여학생 역시 죄책감과 외상 후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이 어린 학생들을 고통에 떨게 한 어른들은 여전히 ‘총기 보유가 자유로운 나라’ 미국의 위대함만 얘기하고 있다. 버지니아 6세 교실 총격 사건도 미국에선 이미 이슈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