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다호 대학생 4명 흉기 살인범 잡고 보니...

입력
2023.01.01 13:0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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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세 범죄학 전공 박사 과정 학생 체포
현장 목격 흰색 차량 소유주...DNA 확인
범행 현장 10분 거리 거주...동기는 불명

지난해 11월 29일 미국 아이다호주 모스코 경찰 차량이 아이다호대 학생 4명이 살해된 집 주변을 지키고 있다. 모스코=AP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29일 미국 아이다호주 모스코 경찰 차량이 아이다호대 학생 4명이 살해된 집 주변을 지키고 있다. 모스코=AP 연합뉴스

미국 중서부 아이다호주(州) 모스코는 주로 아이다호대 학생과 관계자들이 거주하는 인구 2만5,000명의 작은 도시다. 지난 7년 동안 이곳에선 살인 사건이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을 정도로 평화롭던 도시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적하던 이 소도시가 지난해 11월 13일 발칵 뒤집혔다. 한 집에서 잠을 자던 대학생 4명이 흉기에 찔려 잔혹하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도시와 대학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경찰과 연방수사국(FBI)이 수사에 나섰지만 한 달 가까이 수사에 진전이 없었다. ‘장기 미제 사건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져가던 지난해 말, 경찰이 용의자를 드디어 붙잡았다.

미 AP통신, CNN 등에 따르면 수사 당국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워싱턴주립대 대학원 박사 과정 학생 브라이언 크리스토퍼 코버거(28)를 펜실베이니아주 먼로카운티 부모 집에서 체포했다. 아이다호대 학생 살해와 관련된 1급 살인 혐의였다.

수사 초기 범행 동기는 불명확했고, 목격자도 없었고, 폐쇄회로(CC)TV 영상 같은 자료도 부족했다. 한 달 가까이 난항을 겪던 수사는 사건이 발생했던 집 근처에서 흰색 현대 엘란트라(아반떼 수출용 모델)를 목격했다는 내용이 12월 7일 확인되면서 급진전을 이뤘다.

수사팀은 12월 중순까지 2만2,000대 이상의 흰색 엘란트라 차량을 확인했다. CNN은 경찰 소식통을 인용, “수사관들은 유전자(DNA) 증거와 범행 현장 근처에서 목격된 현대 엘란트라의 소유자를 확인해 코버거를 용의자로 지목했다”고 전했다.

제임스 프라이 미국 아이다호주 모스코 경찰서장이 지난해 12월 30일 아이다호대 학생 4명 살인 사건 용의자 체포 사실을 발표하고 있다. 모스코=AP 연합뉴스

제임스 프라이 미국 아이다호주 모스코 경찰서장이 지난해 12월 30일 아이다호대 학생 4명 살인 사건 용의자 체포 사실을 발표하고 있다. 모스코=AP 연합뉴스

FBI 감시팀은 코버거가 엘란트라를 타고 대륙을 횡단해 크리스마스 무렵 펜실베이니아 부모 집에 도착하는 동안 그를 추적했고 부모 집 역시 감시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코버거는 2018년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노스햄튼 커뮤니티칼리지를 졸업하고 드샐스대에 입학해 지난해 6월 대학원 과정까지 마쳤다. 그리고 2개월 뒤 모스코에서 9마일(약 15㎞) 떨어진 워싱턴주립대 풀먼캠퍼스 형법학 및 범죄학 박사 과정에 입학했다. 그는 이 학교에서 조교 역할도 수행하고 있었다.

정확한 범행 동기와 수법 등은 여전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 코버거가 희생자인 남녀 대학생들과 사건 전에도 알고 있었는지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 코버거는 아이다호대에서 수업을 들은 기록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코버거가 드샐스대 대학원 과정 당시 “범죄를 저지를 때 감정과 심리적 특성이 의사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기 위한 연구 프로젝트를 한다”며 학생들을 모집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오는 3일 코버거 신병 인도 재판이 끝나야 본격적인 신문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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