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프리미엄 세단 시장에서 ‘볼보’의 입지는 그리 여유로운 편은 아니었다. 실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더라도 S80은 어딘가 아쉬웠고, 그 보다 작은 S60 역시 좋은 평가 대비 ‘체급의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S90의 등장으로 시작된 ‘브랜드 포트폴리오의 대대적인 개편’은 시장의 분위기를 바꿨다. 2023년, 현재 볼보는 여전히 ‘인정하지 않는 이들’을 마주하고 있지만 그 어떤 프리미엄 브랜드 보다 우수한 ‘실적’을 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S90 두 대를 마주했다. 과연 마일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품은 S90, 그리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품은 S90은 어떤 매력과 차이를 보여줄까?
체급의 구분이 사라진 S90
시간을 돌이켜 S90의 데뷔 시점을 떠올리면 S90은 두 개의 체급을 제공했다. 내연기관 사양을 숏 휠베이스 사양으로 전동화 모델인 ‘T8 트윈 엔진’을 롱 휠베이스 사양으로 선보였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내연기관 사양의 판매가 컸던 만큼 ‘숏 휠베이스 사양’으로는 체급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볼보 플래그십 세단’의 빈 자리가 도드라졌다. 결국 최신의 S90은 모두 롱 휠베이스 사양으로 여유을 과시한다.
5,090mm에 이르는 긴 전장, 그리고 3,060mm의 휠베이스는 말 그대로 브랜드를 대표하는 세단에 걸맞은 체격이다. 여기에 볼보 특유의 프론트 그릴, 그리고 토르의 망치를 더한 헤드라이트의 디테일이 만족감을 더한다.
측면에서는 긴 전장과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여유로운 세단의 가치가 도드라진다. 여기에 짧은 오버행을 통해 유려하면서도 안정적인 감성을 선사하며 깔끔히 다듬어진 20인치 알로이 휠이 우수한 완성도를 제시한다.
덧붙어 후면에는 더욱 명료하고 선명한 라이팅을 더하고 바디킷 하단에도 길게 이어진 크롬 가니시를 더했다. B6 AWD와 리차지 PHEV의 구분은 측면의 소켓 커버, 리차지 레터링, 그리고 배지만으로 가능하다.
북유럽 라운지의 감성을 담다
볼보의 차량들은 체급, 그리고 사양을 가리지 않고 최고 수준의 공간을 구현해 운전자에게 높은 만족감을 선사한다. 이는 S90 역시 마찬가지다.
북유럽 브랜드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고유의 따듯함’을 고스란히 계승하면서도 최신의 감성을 명확히 드러낸다. 특히 자칫 고루하게 보일 수 있는 우드 패널, 그리고 따듯한 색상의 가죽 조합도 만족감을 높이며 공간 가치를 더한다.
더불어 새로운 그래픽 테마를 적용한 디지털 클러스터 및 SKT 통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이 차량 가치를 더욱 높인다. 특히 국산 차량 이상의 편의성은 ‘차량의 가치’ 그리고 브랜드에 대한 만족감을 더하는 모습이다.
이외에도 동급 최고 수준의 음향 경험을 보장하는 바워스&윌킨스 사운드 시스템이 더해져 ‘볼보의 가치’라 불리는 우수한 가성비 및 가심비를 느낄 수 있어 캐딜락 CT6가 사라진 지금 ‘독보적인 합리성’을 제시한다.
다만 리차지 PHEV의 경우, 실내 공간 중앙 부분에 배터리 패키지가 자리한 탓에 약간의 제약이 생겼다. 실제 센터 터널의 형태가 다르며, B6 AWD에서 누릴 수 있는 ‘무선 충전 패드’ 기능이 삭제된 것이다.
타 브랜드의 ‘거대한 기함’과는 체급의 차이가 있지만 공간은 충분한 모습이다. 실제 1열 도어 안쪽에는 깔끔하게, 고급스럽게 다듬어진 시트와 만족스러운 레그룸 및 헤드룸, 그리고 탑승 경험을 제시한다.
더불어 2열 공간은 한층 늘어난 휠베이스를 통해 2열 탑승자의 만족감을 높인다. 특히 새롭게 다듬어진 암레스트는 더욱 인상적이다. 여기에 시트 조절 기능 및 마사지 기능이 더해져 여유를 더한다.
합리적 퍼포먼스의 B6 AWD, 탁월한 리차지 PHEV
S90 B6의 보닛 아래에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탑재되어 주행 전반의 여유를 더하고 효율성, 그리고 ‘주행의 안정감’을 더한다.
300마력과 42.8kg.m의 토크를 내는 2.0L 가솔린 터보 엔진과 10kW(약 14마력, 4.1kg.m) 출력의 전기 모터를 조합해 ‘전동화 기조’를 효과적으로 구현한다. 여기에 8단 기어트로닉, AWD 레이아웃이 더해진다.
이러한 구성을 통해 S90 B6는 정지 상태에서 단 6.6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할 수 있어 ‘시장의 평균 이상’의 운동 성능을 약속한다. 덧붙여 공인 기준 9.9km/L의 복합 연비(도심 8.5km/L 고속 12.4km/L)를 갖췄다.
반면 S90 리차지 PHEV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통해 강력한 성능을 자랑한다. 새로운 2.0L 가솔린 터보 엔진이 317마력과 40.8kg.m의 토크를 내고 107kW의 강력한 전기 모터가 더해져 합산 출력 455마력과 72.3kg.m의 풍부한 토크를 구현한다.
여기에 8단 변속기, AWD 시스템이 더해진다. 이를 통해 90 리차지 PHEV는 뛰어난 운동 성능을 자랑하며 18.8kWh의 배터리를 통해 59km의 전기 주행 거리를 갖췄다. 공인 연비는 11.9km/L이며 전기 효율성은 3km/kWh다.
합리적인 프리미엄 세단의 가치 S90 B6 AWD
두 차량의 비교를 위해 먼저 S90 B6 AWD에 올랐다. 깔끔히 다듬어진, 그리고 고급스러운 공간 구성이 만족감을 더한다. 여기에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바탕으로 ‘정차 시’의 정숙함을 구현했다.
제원에서 알 수 있듯 300마력의 파워유닛, 그리고 전기 모터가 구현하는 성능은 일상 속에서 부족함이 없는 모습이다. 실제 발진 가속 성능은 물론 추월 가속, 그리고 고속주행 등 주행 전반에 견실한 모습이다.
과거 볼보의 가솔린 터보 엔진이 다소 거칠었던 것을 생각한다면 B6 파워 유닛의 정숙성, 그리고 출력 전개 시의 질감이 무척 우수하다는 점도 도드라진다. 다만 고 회전에서는 4기통 특유의 질감이 느껴진다.
여기에 변속기, 그리고 북유럽의 눈길에서 다듬어진 AWD 시스템은 능숙하게 조화를 이루며 주행 전반에 걸친 여유를 제시한다. 다만 ‘스포티한 감각’과는 다소 거리가 먼 것을 감안해야 한다.
차량의 기본적인 움직임 역시 우수하다. 비교적 큰 체격, 그리고 AWD 시스템을 얹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루기 좋은 모습이다. 실제 조향 감각이나, 조향 반응 등이 무척 경쾌해 주행 전반에 걸쳐 여유를 누릴 수 있다.
여기에 승차감 역시 만족스럽다. 전체적인 노면 대응 능력은 물론이고 정숙성 부분에서도 제몫을 다하는 모습이다. 덕분에 운전자는 물론 탑승자 모두에게 우수한 만족감을 선사해 ‘시장 경쟁력’을 높인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다. 주행 간에 ‘볼보 특유의 견고함’에서 드러나는 질감이 탑승자에 따라 ‘불편함’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질감은 ‘운전자에게 신뢰도’를 주는 부분인 만큼 바뀔 필요는 없어 보인다.
전동화의 기조, 그리고 새로운 시대를 담은 S90 리차지 PHEV
곧이어 S90 리차지 PHEV로 옮겨 주행을 이어갔다. 같은 공간 구성이지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존재를 알리는 별도의 그래픽이 새로움을 더한다. 다만 조금 더 ‘강렬한 차별화 요소’가 필요해 보였다.
주행을 시작하면 한층 강력한, 455마력과 72.3kg.m에 이르는 놀라운 토크 보다는 ‘전기 모터의 능숙한 구현’을 먼저 확인할 수 있다. 실제 발진 가속은 물론, 어지간한 고속 주행까지도 전기의 힘으로 달릴 수 있어 눈길을 끈다.
18.8kWh의 배터리를 통해 공인 제원 상 59km의 거리를 달릴 수 있다. 그런데 실 주행 시에는 70~80km 수준에 이르는 거리를 전기로만 달릴 수 있어 ‘제한적인 순수 전기차’로 사용할 수 있어 매력을 더한다.
모든 출력을 쏟아내는 ‘파워’ 모드에서는 말 그대로 ‘여느 고성능 차량’에 우위를 점하는 움직임을 누릴 수 있다. 발진 가속 성능은 물론, 추월 가속, 고속 주행 등 다채로운 부분에서 거침 없는 모습이다.
여기에 변속기, 그리고 구동계 역시 운전자에게 안정감, 그리고 확신을 주는 만큼 ‘드라이빙의 가치’를 선명히 드러낸다. 덕분에 리차지 PHEV는 여느 S90과 ‘격이 다른’ 존재임을 보다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거대한 체격, 더욱 무거운 무게를 대응하기 위해 에어 서스펜션이 탑재했는데, 이는 승차감 부분에서의 개선 효과를 더한다. 실제 노면 대응 및 주행 전반의 가치를 더해 한층 여유를 누릴 수 있다.
설득력 있는 볼보 S90
S90 B6 AWD는 물론 S90 리차지 PHEV 역시 모두 만족스러운 차량이다.
그렇기에 어떤 S90를 택하더라도 후회는 없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S90 B6 AWD의 경우에는 ‘간결하면서도 깔끔히 다듬어진 패키지’가 돋보이고, 리차지 PHEV의 경우에는 더욱 다채로운 기술 요소를 통해 시선을 집중시킨다.
그래서 그럴까? 시승 후에도 머리로는 보다 합리적인 가격, 그리고 ‘현재에 충실한’ 사양이라 할 수 있는 S90 B6 AWD로 기우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막상 S90 리차지 PHEV의 주행을 경험한 후에는 마음이 기운다.
볼보를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정할 수 있고, 다채로운 기능과 기술 요소를 누리고자 한다면 S90 리차지 PHEV, 아직 볼보를 인정할 수는 없지만 ‘합리적인 프리미엄 세단’을 원한다면 S90 B6 AWD가 더욱 매력적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