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WB)은 올해 세계경제가 2009년과 2020년을 제외하면 지난 30년 이래 가장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2022년 6월)에서 1.7%로 크게 낮춘 최근 경제전망을 통해서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성장률은 -1.3%였고,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2020년엔 -3.2%까지 곤두박질쳤다. WB는 올해가 그때만큼 나쁘진 않을 것이라는 수치를 내면서도 “지금 상황에 충격 하나만 추가돼도 경제는 침체로 향할 것”이라는 경고를 덧붙였다.
▦ WB의 전망은 경기침체 우려를 새삼 직시하게 한다. 특히 불과 6개월 만에, 한 나라도 아닌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무려 1.3%포인트나 깎을 정도로 경제여건이 격동하고 있다는 점과, 단 하나의 충격만으로도 경기침체가 현실화할 정도로 불안한 상황임을 함께 일깨운다. 사실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대만해협 위기가 고조되면 상황은 지금보다 훨씬 악화할 수 있다. 아슬아슬한 동유럽이나 신흥국 상황이 금융위기로 발전해도 치명적 침체가 닥칠 수 있다.
▦ 다만 어떤 상황을 경기침체로 볼지는 국가별로 다소 차이가 있다. 미국에서 ‘리세션(recession)’은 통상 국내총생산(GDP)이 2분기 연속 0% 미만, 즉 마이너스 성장할 경우를 말한다. 하지만 근년 들어 미국경제연구소(NBER)는 성장률 외에 고용, 개인소득 등 별도 지표까지 감안해 침체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음에도 강력한 고용을 이유로 경기침체 판단을 유보한 게 대표적 사례다.
▦ 반면, 우리나라에선 2분기 연속 실질 GDP 성장률이 감소하면 경기침체 상황으로 본다. 즉 플러스 성장을 해도 그 수치가 전년 동기 대비 2분기 연속 낮으면 침체로 여긴다. 하지만 경기침체냐 아니냐를 따지는 건 그저 이론일 뿐인지 모른다. 경기에 대한 실질 체감도는 경제주체별로 천차만별일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물가가 치솟는 가운데 실질소득은 정체되고, 세금 등 각종 부담금이 증가하는 상황이라면 우리 국민 상당수는 이미 침체를 충분히 절감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