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2차 공청회는 희생자 유족과 생존자들의 눈물과 통곡 속에 진행됐다. 진술에 나선 생존자들은 당시 상황을 전하며 부실한 정부 대응을 지적했고, 유족들도 사망자 확인 과정의 혼선 등을 질타했다. 11명의 진술인들이 눈물을 흘리거나 목이 메어 발언을 잇지 못하자, 우상호 특위 위원장은 한때 정회를 선언했다.
생존자 김초롱씨는 "(참사 당일) 저녁 10시쯤 와이키키 술집 앞에서 압박이 심해져 발이 동동 뜰 정도였지만, 조금 버티면 풀리겠지 하는 생각이었다"며 "와이키키에서 1층 문을 열어줘 대피해 살았다. 10시 40분쯤 경찰관이 '제발 통제에 협조해 달라'고 외치는 것을 봤다"고 했다.
상인들이 당시 음악을 끄지 않았다는 지적에는 "상인들이 모두 거리에 나와 도왔기 때문에 음악을 끌 사람도 없었다"며 "가게를 내팽개치고 거리를 통제하고 새로 진입하려는 사람을 막았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청한 생존자 A씨는 "인파에 휩쓸려 정신을 잃었고 그때 여자친구를 놓쳤다. 정신을 차리고 여자친구를 찾으니 이미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며 "심폐소생술을 할 공간도 없을 정도였다. 구조대원이 한 분이라도 더 있었다면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구조와 시신 인계 과정에서의 부실한 대처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유족인 조미은씨는 "목격자에 의하면 (아들) 지한이는 11시쯤 구조돼 누워 있었으나 상태가 심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구급일지에는 11시 52분에 차가운 도로에 누워 있는 지한이를 태우고 출발했다고 기재돼 있다"고 했다. 이어 "애플워치에 10월 30일 새벽까지도 맥박이 표시돼 있는데, 왜 그 아이가 주검으로 나타났느냐"고 절규했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부대표는 "희생자 병원 이송 위치를 유가족에게는 알려주지 않고, 왜 기자가 정보를 알려줘 병원을 찾아 희생자를 만나야 하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유족 최선미씨도 "연락처 확보가 어려워 뒤늦게 연락했다고 변명한다"며 "왜 12시간 넘도록 아이를 확인할 수 없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생존자 A씨는 "힘든 시간을 버티고 견뎌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희생자인 여자친구의 가족 덕분이었다"라며 "유가족이 서로를 만날 수 있도록 요청했지만 정부는 그런 모임을 만들어주지 않았다. 이 또한 2차 가해"라고 지적했다.
생존자 김초롱씨도 "참사 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첫 브리핑을 보며 무너져내렸고, 고등학생 생존자가 스스로 세상에 작별을 고했을 때는 스스로 잡고 있던 끈을 놓칠 뻔 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인 극복도 중요하지만 진상 규명만큼 큰 치유는 없다"고 말했다.
특위 위원들은 유족과 생존자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국회에서 대책을 사전에 마련하지 못했고 국정조사가 유족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던 것을 사과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가족이 국정조사에 대해 실망과 좌절을 느꼈다는 점에 죄송하다"고 말했고,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국가가 그때 여러분의 부름에 대응하지 못했다. 정치 하는 사람으로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국정조사 55일 중 절반을 예산 협상에 흘려보냈다"며 특검을 주장했다.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진실을 규명할 수 있는 독립적 자치기구가 필요하다. 특검도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