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 레이스가 본격화하면서 주자 간 신경전도 격화하고 있다. 친윤석열계의 지지를 등에 업은 김기현 의원은 12일 대구·경북(TK) 지역에서 당심 굳히기에 나섰다. 이에 맞서 '수도권 대표론'을 내건 안철수 의원은 충청 지역을 찾아 스윙보터를 공략했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대구에서 열린 영남지방자치연구원 개원식에 참석한 데 이어 오후에는 경북 경산시 윤두현 의원 의정보고회에 들렀다. 또 당일 상경한 다음에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재경 대구·경북인 신년교례회'도 방문했다. 당원투표 100%로 이뤄지는 이번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의 핵심 지지 기반인 TK 표심 공략에 집중한 것이다.
김 의원은 14일 경북 구미시에서 경북 선거대책본부 출정식을 개최할 예정인데, 이 자리엔 친윤계 현역 의원은 물론 TK 지역 당원이 대거 동원될 예정이라고 한다. 최근 행사장에서 윤 대통령이 대선 유세 과정에서 했던 '어퍼컷 세리머니'를 재연하며 '윤심 마케팅'을 하고 있는 김 의원은 당 주류와 접촉면을 넓혀가면서 당심을 확실히 잡고 가겠다는 입장이다. 전날 부산에서 박형준 부산시장, 김두겸 울산시장, 친윤계 의원들이 주축인 국민공감 소속 의원들과 만찬을 한 데 이어 조만간 오세훈 서울시장과 하는 '막걸리 회동'도 계획하고 있다.
공격적인 윤심 마케팅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사직 의사를 표명한 나경원 전 의원이 전대 출마를 저울질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친윤계는 나 전 의원에 대한 불출마 압박과 동시에 '결국 나 전 의원이 김 의원과 함께하는 것이 맞다'는 설득도 병행하고 있다. 이날 대구 행사 도중 김 의원 휴대폰 화면에 '나경원 미팅(전화요)'이라고 적힌 메모가 포착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김 의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나 전 의원과 제 생각의 방향은 같다"고 말했다.
반면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당의 외연 확장을 강조해온 안 의원은 이날 세종시당 및 충북도당 신년인사회를 방문했다. 그는 세종시당 신년인사회 자리에서 "차기 당대표는 수도권과 충청의 민심을 잘 아는 사람이 돼야 한다"며 수도권 및 충청권 스윙보터 민심에 거듭 호소했다.
김 의원을 겨냥한 날 선 발언도 했다. 이날 김 의원이 대구 행사 도중 '당원투표 100%' 룰 변경에 대한 질문을 받고 "한국 축구팀 감독을 뽑는데 일본 국민 의견을 30% 반영하라는 것이 가능한 일이냐"고 되물은 것에 대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어떻게 우리 지지층을 일본 국민으로 매도하느냐"고 비판한 것이다.
안 의원은 나 전 의원에 대해선 "출마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연신 밝히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경선 흥행'을 이유로 들지만, 결선투표를 고려할 경우 나 전 의원 출마가 친윤 표심 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