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리스크 사과 없이 검찰만 탓한 이재명

입력
2023.01.1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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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신년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안을 제시하는 한편 윤석열 정부와 검찰 수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협치를 내세우면서 권력기관을 동원한 야당 파괴, 정적 죽이기에 골몰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과 측근의 사법리스크에 대해선 소명이나 사과 한마디 없이 검찰 탓만 하니 국민이 납득하겠나. 합당한 정부 비판과 건설적 제안이 도리어 무색해지고 말았다.

질의응답에서 이 대표는 성남FC 관련 소환조사를 받은 것에 대해 “매우 부당하고 옳지 않은 처사”라고 검찰을 비판했다. “검찰 자체가 권력이 되면서 수사·기소권을 남용하고, 수사가 아닌 정치를 하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야당 인사에게 집중된 검찰 수사도 문제는 있지만 측근들이 줄줄이 구속·기소됐고 자신도 기소를 앞둔 마당에 그렇게 큰소리칠 일인가. 이 대표가 국민에게 사과하고 의혹을 해소해야 마땅하다. 심지어 구속영장 청구를 “경찰복 입고 강도 행각”이라 빗대며 불응할 뜻까지 비쳤다. 지지층에게는 호소력이 있을지 몰라도 다수 국민에게는 불신만 높아질 뿐이다.

결과적으로 의미 있는 기자회견 내용도 빛이 바랬다. 이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자체 핵무장’ 발언에 대해 “실현 가능성도 없고 한반도 긴장만 고조시키는 일”이라고 비판하고 3대 개혁을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다가는 거센 저항만 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 것은 타당한 지적이었다. 4년 중임제와 결선투표제 도입을 포함한 개헌안을 3월까지 제출하겠다는 제안 또한 정치권에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내용이다. 하지만 갖가지 범죄혐의에 둘러싸여 구속영장 거부를 시사하는 야당 대표의 말에 무게가 실리기는 어려운 노릇이다.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을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사법적 문제부터 처리하라"고 일축했다. 제1야당이 당대표 사법리스크에 빠져 정부와 여당 견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애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