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습니다"...LG전자 美 테네시 공장에는 특별한 '눈'이 있다

입력
2023.01.1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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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미국 테네시 공장에 건조기 라인 신설
세계 최대 건조기 시장 북미 시장 도전장
'비전 시스템'으로 로봇 실수까지 잡아내
불량품 낮추고 한미 민간협력 상징으로
테네시 공장, WEF 등대공장으로 선정


로봇도 실수할 수 있잖아요.
미세하게 잘못 놓인 부품도 용납 안 합니다.


미국 테네시주 클라크스빌 LG전자 미국 생산공장. 로봇팔이 쿵쾅대며 세탁기를 조립하는 생산라인 옆 폐쇄회로(CC)TV 같은 모니터가 놓여 있다. 또 다른 생산라인 옆에는 CCTV 화면 안에 빨간색 네모 칸이 추가로 설정돼 눈길을 끌었다.

이 감시 장치 이름은 '비전 시스템'. 철저하게 계산된 로봇팔의 실수까지 잡아내기 위한 장치다. 송현익 LG전자 테네시 공장 생산실장은 "로봇이 부품을 다음 단계로 넘길 때 아주 미세하게라도 위치가 잘못 놓이는 것을 막기 위한 장비"라며 "빨간색 네모 칸 밖으로 부품이 놓이면 곧장 오류가 보고된다"고 설명했다. 로봇팔이 360도 회전하며 세탁기 부품을 찍어내고 물류로봇이 이곳저곳을 오가는 스마트 공장이지만, LG전자의 품질관리 시스템은 로봇보다 치밀해 보였다.


LG전자, 세계 최대 건조기 시장 노린다



LG전자 테네시 공장은 테네시주 주도인 내슈빌에서 차로 약 1시간 가량 떨어진 작은 도시 클라크스빌에 위치했다. 대지 면적 기준 125만㎡ 규모로, 미국을 비롯한 북미시장에 판매되는 ①드럼세탁기 ②통돌이세탁기 ③건조기를 만든다. 특히 미국의 경우 세탁기와 건조기를 동시에 구입하는 비중이 80%로 높고, 건조기 시장 규모도 연간 800만 대에 육박해 세계에서 가장 크다.

LG전자는 이런 북미 시장의 가전수요를 타깃으로 지난해 9월 테네시 공장에 건조기 생산 라인을 추가했다. 기존 세탁기 생산량 연 120만 대에 건조기 생산량 연 60만 대가 더해졌다. LG전자 생산공장 중 건조기를 찍어내는 곳은 경남 창원과 테네시 공장 단 두 곳뿐이다. LG전자는 올해 상반기 일체형 세탁건조기 워시타워 라인도 테네시 공장에 새로 깔 예정이다.

9일(현지시간) 방문한 테네시 공장의 가장 큰 특징은 로봇과 사람의 조화였다. 전체 생산과정의 63%를 자동화한 이곳은 국내 생산거점인 창원 공장의 자동화율 45%를 뛰어넘는다. 높이 1m, 팔길이 1m 크기 로봇들은 쉴 새 없이 부품을 가공하거나 물건을 조립했고 물류자동화로봇 AGV(Automated Guided Vehicles) 166대는 자동으로 부품이 떨어진 생산라인에 재료를 배달하거나 완성된 물건들을 다음 순서로 넘겼다.

로봇팔이 정해진 부품을 조립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가장 긴 구간이 대략 5~7초 사이였고 AGV는 2m 이상 높이로 물건을 쌓은 뒤 바닥에 짜인 QR코드를 따라 이동했는데, QR코드를 발로 막아보니 자동으로 AGV 운행이 멈춰서며 안정성을 보여줬다.

테네시 공장은 이 같은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13일(현지시간) 세계경제포럼(WEF)이 스위스에서 발표한 ‘등대공장’에 선정됐는데, 미국 현지에 있는 생활가전 공장 중 처음이다. 등대공장은 첨단 기술을 도입해 세계 제조업의 미래를 이끄는 공장을 말한다. 앞서 LG전자 창원 공장 역시 등대공장으로 선정됐다.



로봇이 못하는 일은 사람이…엄격한 품질관리



다만, 로봇이 하지 못하는 일은 사람이 하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세탁기 양쪽 벽면에 수직으로 나사를 끼우는 일은 현지 근로자들 전담 업무였는데, 송 실장은 "이 과정에선 유연성이 필요해 로봇이 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로봇작업보다 사람의 수작업이 불량률을 더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눈길을 끌었던 비전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세밀하게 계산된 로봇의 작업일지라도 제품 생산과정에서 언제든 변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불량품을 걸러내기 위한 이중장치로 도입됐다. LG전자는 부품 생산부터 완제품 조립 전과정의 내재화(LG그룹 내에서 해결)에도 집중하고 있다. 공정 내재화의 대표 사례인 '지능형사출시스템'은 금속 재질을 가공하는 사출 단계에 적용된 데이터 관리체계로, 제품 불량률을 60%가량 낮추는 데 도움을 줬다.

LG전자는 대체 왜 자동화, 로봇화된 생산 공정에서 이토록 불량품 제거에 집착하는 걸까. 가장 큰 이유는 프리미엄 가전 수요와 제품 성능에 민감한 북미 시장 특유의 소비자 심리 때문이다. 세계적 경기 침체가 계속되며 올해 가전 시장도 프리미엄 제품을 빼곤 판매 수요 자체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LG전자 내부에서도 '품질만이 살길'이라는 인식이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 테네시 공장 사무동에는 구인회 창업주의 재미있는 어록 한편이 액자로 만들어져 걸려 있었다. 구 창업주가 1948년 럭키크림 공장에서 불량품을 직접 고르며 남긴 말로 "제품 백 개 가운데 한 개만 불량품이 섞여 있다면 다른 것들도 불량품이나 마찬가진기라. 신용 쌓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그들은 와 모르나"라는 문구였다. LG전자가 로봇과 사람의 조화를 추구하고 로봇이 저지를 실수까지 잡아내는 이중장치를 설치한 이유를 알 만했다.


LG하이웨이로 대표되는 한미 민간협력 상징



LG전자 테네시 공장은 단순한 가전제품 생산 공장의 의미를 넘어 한미 민간 협력의 역할도 한다. 테네시주 주도인 내슈빌 인구는 약 650만 명, LG전자 테네시 공장이 있는 클라크스빌 인구는 20만 명 정도인데 테네시 공장으로 가는 길은 2층짜리 건물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한적한 외곽도시다. 송 실장은 "이곳에서 일하는 인원은 약 900여 명 규모로 30여 명의 주재원들을 빼면 현지인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테네시 공장에 진입하는 고속도로 이름 자체가 'LG 하이웨이(Highway·고속도로)'일 만큼 지역사회에서 이곳은 양국 간 협력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한편 LG전자 테네시 공장은 환경·사회적 가치·지배구조 개선(ESG) 경영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부터 모든 에너지 사용량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했다. 공장 에너지 관리를 위해선 비전 솔루션을 적용했는데, 실시간으로 전력 사용량을 모니터링하고 상황에 맞춰 에너지를 원격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클라크스빌=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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